한 업체의 관계자가 바이어에게 한국이 이미 신라 때부터 「첨성대」란 천문관측소가 있었다고 자랑하자 그 외국인이 감탄하며 『그런데 무얼 관측했느냐』고 되묻자 딱히 대답할 말이 궁해 난감했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심증은 확실한데 증거물이 남아 있지 않은 탓이리라.
최근 미국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영화제작 59주년을 기념해 재개봉됐다. 색채보정 및 화면크기 복원작업을 거친 이 영화는 미국내 2백14개 상영관에서 재개봉돼 첫 주말에만 2백14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4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으로 하루 2회 정도밖에 상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총 2억 달러 가까운 입장료 수입을 거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같은 오래된 영화의 복원이나 재상영이 이루어진 사례가 없음은 물론 상당수의 작품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이의 시도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60년대작 「만추」의 네거티브 필름 원판과 프린트가 사라졌고 「고려장」 「저 하늘에도 슬픔이」도 필름이 없다. 심지어 81년작인 「만다라(임권택 감독)」도 네거티브 필름 원판이 훼손됐다.
국내에도 지난 74년 필름보관소로 출발한 한국영상자료원이 영상자료들을 수집, 보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술의전당 한 구석 1백90평의 비좁은 공간에다 시설 또한 열악해 상당수의 원판들이 프린트를 뜰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옛 영화를 복원, 발굴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태부족함은 물론이다. 지난 30년대 초의 국내 첫 장편 극영화(무성)인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이 일본인의 손에 들어가 있고, 작년 말에 러시아국립영화보관소에서 1937년작인 「심청전」이 발굴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나 영국 국립영화보관소와 비교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더라도 반세기에 불과한 우리 영상자료조차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인 현실은 후손들에게 낯부끄러울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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