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메디칼, 히타치와 합작사 설립 배경

중외메디칼(대표 안병욱)과 일본의 히타치메디컬이 연내 설립키로 한 합작회사의 설립 배경 및 향후 전망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양사는 자본금 50:50의 합작회사 설립을 위해 각각 10여명씩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회사 설립 전반에 관한 준비작업에 착수했으며, 신설될 합작회사는 X선 촬영장치와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등 첨단 영상진단장치의 개발 및 제조, 판매,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등과 수출도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양사가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은 히타치메디컬의 첨단 기술력과 자본력, 중외메디칼의 기반 기술력과 영업 노하우 등을 접목하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일차적인 이유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양사간 입장 차이는 확연하다. 히타치메디컬의 경우 이번 합작사 설립은 對韓 의료기기 시장 공략 강화라는 측면 외에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 정책의 일환으로 제조원가를 최소화하는 데 주 목적이 있다. 지난 3월 양사간 전략적 제휴 이후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한 X선 촬영장치의 품질과 가격 등을 평가한 결과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후 합작으로 진전된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자명해 진다.

이에 비해 중외메디칼 입장에서의 이번 합작은 중외제약그룹의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성격이 더욱 짙다. 이는 합작회사의 자본금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중외측의 자본금 투자 방식이 기존 하티치메디컬사의 국내 독점 판매권과 인력 등을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돼 현 인력의 약 50%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히타치 관련 매출액 비중은 5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영업권과 인력 등에 관한 가치평가를 거쳐 자본금외의 나머지 차액은 현금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여 외자 유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합작회사의 생산시설은 기존 중외메디칼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유입 자금 규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중외측은 이번 합작회사 설립을 「몸집 줄이기」와 「외자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전진적 구조조정(Good Deal)」이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외메디칼측은 『이번 합작회사 설립으로 감량 경영에 따른 효율과 매출액 증대는 물론 선진 기술이 빠른 속도로 이전돼 장기적으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도 일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작은 삼성과 GE사와의 사례에서 보듯 독자적인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고 기술적으로 예속될 가능성이 커, 국내 2~3위 권의 의료기기 업체가 히타치메디컬사의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중외메디칼이 생산하고 있는 품목 중 합작회사의 아이템과 겹치는 부분은 이관 또는 생산을 중단할 것이 확실시 되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수입판매보다 리스크가 많은 제조 부문을 최소화하거나 포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중외메디칼이 이번 합작회사 설립 과정에서 실리와 명분을 함께 얻기 위해서는 오히려 제조라는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한 R&D 투자로 기술적 평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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