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은행 결정에 따라 동남은행이 운영해온 국내 유일의 범용 선불 전자지갑이 앞으로 존속될지 여부에 금융권은 물론 IC카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남은행의 전자지갑은 지난 94년 최초로 도입된 선불 IC카드로 당초에는 「범용」을 취지로 내세웠으나 현재는 부산 롯데, 세원백화점과 하나로교통카드 충전소 등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먼저 동남은행의 전자지갑은 당장 사업이 취소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 총 발급장수는 20여만장 규모에 불과하지만 8백44군데에 달하는 하나로교통카드의 충전소가 충전, 정산 등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지갑은 선불 IC카드의 예금계좌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전자지갑 사용이 중지된다면 현재 1백40만장 정도 발급된 하나로교통카드의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같은 사실은 이번 은행퇴출 사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남은행의 정산업무가 마비되자 하나로교통카드의 충전, 정산이 중지되는 일대 소동이 벌어져 충전소는 물론 시민도 큰 불편을 겪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동남은행을 인수하는 주택은행 역시 자체 직원용 IC카드 전자화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동남은행 전자지갑 사업을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부산시 교통운영 예산의 계좌를 관리해온 부산은행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남은행의 전자지갑 사업에 동참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현재 신규 참여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은행의 전자지갑 사업참여는 은행퇴출과 관련 교통카드 충전, 정산업무 마비사태 이후 교통카드 계좌관리 은행이 복수여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동남은행의 전자지갑이 하나로교통카드 운영에 필수요소이기는 하지만 자체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반론도 대두되고 있다.
우선 대다수 은행은 유독 동남은행만이 전자지갑 사업과 관련해 은행권의 사전협의 없이 「개별 행동」을 취해온 데 대해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동남은행이 독자노선을 추구함으로써 결국 은행간 호환성 있는 전자화폐 도입을 지연시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동남은행 전자지갑은 안전성에서 다소 미흡하고 IC카드 세계표준인 EMV 규격과 상호 호환될 수 없는 점도 관련업계의 부정적 인식을 사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일부 은행은 동남은행 전자지갑 사업을 당장 폐기할 수는 없지만 향후 전국 호환 전자화폐 도입추세에 맞춰 점진적으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쨌든 동남은행 전자지갑의 향배는 앞으로 국내 은행권의 IC카드 전자화폐 정책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주택은행의 결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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