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榮綠
92년 연세대 법과대학 법학과 학사
94년 "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94년∼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
95년12월∼현재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 연구원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는 저작권이 주어지고, 저작권자는 온라인상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된 권리자는 직접 침해행위를 한 당사자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s),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s), 게시판 운영자(Sysop) 등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는 저작재산권과 관련된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복제 또는 전송에 의해 발생한다. 온라인상의 업로딩(uploading)이나 다운로딩(downloading)은 현행법상 복제에 해당한다. 또한 컴퓨터 통신을 통한 저작물 전송(transmission)행위는 각국의 입법례에 따라 공중전달권, 전송권, 송신권, 배포권, 방송권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지난 96년 12월 채택된 WIPO 저작권조약 제8조는 통신상의 저작물 전송행위를 공중전달권으로 규정했다. 우리 저작권법은 방송을 「일반공중으로 하여금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음성, 음향 또는 영상 등을 송신하는 것」(제2조 8호)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통신상의 저작물 전송행위는 우리법의 해석상 방송에 해당한다.
현재 온라인시스템은 마치 「투입과 산출이 자유로운 언론, 출판」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표출할 수 있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들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 출판의 자유, 사생활 영역을 보호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 및 통신의 비밀보장(헌법 제18조)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온라인상의 음란물 게재를 규제하는 것은 언론, 출판의 자유에 위배되므로 위헌이라고 판정된 것이나 서비스제공자에게 과도한 주의나 검열의 의무를 과하는 것은 언론, 출판 또는 사생활영역에 주어진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는 온라인상에는 저작권자의 법익 뿐만 아니라 언론, 출판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통신의 비밀 보장 등 이용자의 권리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과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이용자 법익이라는 한계적 사항을 염두에 두고 합리적인 타협점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은 정보유통의 중개자라는 순기능적 역할과 저작권 침해행위의 장 내지 설비제공이라는 역기능적 역할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다툼거리가 되고 있다. 과연 서비스제공자는 면책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직접 침해자로서의 책임이 있는가.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책임 면책론은 「서비스제공자는 정보사회를 이끄는 주체로서 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통신과 정보의 이용에 장애가 될 것이며 서비스제공자 시스템에 있는 자료량은 너무 방대해서 이를 모니터링하거나 심사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시스템상 자료를 모니터할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침해물을 항상 가려낼 수는 없으며, 법은 행위에 책임이 있는 자에게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론은 「서비스제공자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으며 그들만이 이용자의 신원과 행위를 알 수 있고 불법적인 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음」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책임으로는 직접책임(direct liability), 기여책임(contributory liability), 대위책임(vicarious liability)으로 나뉘어진다. 직접침해는 허락없이 타인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발생한다. 직접침해에 대해서는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의 기준이 적용되어 침해자에게 내용물에 대한 통제가 법적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엄격책임 이론은 우리 법상 무과실책임과 유사하다. 직접침해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제3자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 제3자의 책임은 직접적으로 침해행위를 하지는 않았으나 침해행위 또는 침해행위자와의 관련성에 의해 발생한다. 제3자의 책임으로는 우리 민법상 교사,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제760조 제3항) 및 사용자책임(제756조)과 유사한 기여책임과 대위책임이 있다. 기여책임은 제3자가 침해행위를 인식하고 다른 자의 침해행위를 유인, 야기하거나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 인정된다. 그리고 대위책임은 제3자가 침해행위를 감독할 권리와 능력이 있고, 저작물의 이용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인정된다.
지난 96년 12월 채택된 WIPO 저작권조약은 공중전달권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WIPO 저작권조약 제8조는 「문학, 예술 저작물의 저작자는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장소와 시간에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중의 이용에 제공(make available)하는 것을 포함, 유선 또는 무선의 수단에 의해 저작물을 공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허락할 배타적인 권리를 향유한다」라고 규정, 저작물을 유선 또는 무선의 수단에 의해 공중에 전달하거나 이를 허락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임을 규정했다. 따라서 현재 서비스제공자들이 하는 사업행위 즉, 서버공간의 제공 또는 전송을 위한 시설이나 신호의 경로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도 저작권자의 권리 범주내에 포함되게 됐다.
이에 대해 서비스제공자들은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은 명예훼손(Defamation)과 관련한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수준으로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96년 2월 미국 통신법(The Telecommunications Act of 1996)의 부대입법인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of 1996: CDA) 제509조(c)는 서비스제공자가 스스로 내용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작성하지 않는 한 출판자가 되지 않으므로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 서비스제공자를 불법행위 책임에서 광범하게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통신품위법은 연방대법원에 의해 「음란물 정보게재에 대한 규제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WIPO 저작권조약 제8조의 공중전달권에 대해서는 「전달을 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전달하기 위하여 단순히 물리적 시설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로는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이 의미하는 전달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합의록이 채택됐다.
이 합의록과 관련해 WIPO 미리 피셔(Mihly Ficsor) 사무총장보는 『이 합의록은 인터넷 등 디지털 네트워크상의 서비스 및 접속 제공업자의 책임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다. 합의록은 어떤 명백한 사실을 주의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조약 등에 규정된 권리가 미치지 아니하는 행위를 한 자는 어떤 직접적인 책임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여책임 또는 대위책임과 같은 다른 법률 원인을 기초로 한 책임을 질 수도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즉, 선의로 합의록상의 행위를 하는 자는 직접책임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상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여 권리자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있었으나 법원의 판단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저작권 침해 발생의 개연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서비스제공자, 온라인서비스제공자, 게시판 운영자 등의 책임문제가 지속될 것이다. 이 경우 서비스제공자에게 직접책임과 같은 과도한 책임을 과하게 되면 서비스제공자는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을 위해서 지나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고속도로의 종말로 이어지거나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 출판의 자유(제21조) 또는 사생활 영역의 보호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와 이용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책임을 일정부분 면책하여 온라인상에서의 원활한 정보유통을 확보하고자 하는 견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침해 책임과 관련, 미국에서 문제됐던 Religious Technology Center v. Netcom사건에서 법원이 『책임은 주장되는 침해자가 직접침해를 인식하거나 인식했어야 하고, 그 침해행위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경우에만 과해져야 한다』라고 판시한 것도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이 기여책임의 원리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말해주는 것이다. 독일의 정보통신서비스법이나 현재 의회에 상정돼 있는 미국의 저작권법 개정안 등도 이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온라인상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논함에 있어 미국 판례들이 서비스제공자의 행위를 「출판업자(Publisher)배포자(Distributor)」로 구분해 출판자로 행위한 경우에는 내용물에 대한 통제를 추정하여 책임을 인정하고 배포자로 행위한 경우에는 침해물을 인식한 경우에만 책임을 인정해왔고, 통신품위법이 서비스제공자를 불법행위 책임으로부터 광범하게 보호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된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은 온라인상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제공자에게 가급적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인식이 법적으로 추정되는 직접침해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제3자로서의 책임을 논하고 또 일정한 경우에 면책을 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직접침해자인 이용자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도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논함에 있어 극단적인 방법은 택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서비스제공자중 단순히 접속 또는 전송행위만을 제공하는 자, 또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또는 중간적 저장은 면책돼야 할 것이다. 또 전자메일 등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 적용되는 영역이나 인터넷상에서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유즈넷뉴스서비스 등은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논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책임은 관리, 감독이 가능하며 침해 또는 침해물의 차단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우에 한해 침해물의 존재를 인식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또 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과하는 경우에도 민사책임으로 한정하고 미국 등의 기여책임과 유사한 방조책임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민법은 침해행위와의 관련성에 따라 교사,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60조 제3항)을 규정하고 있다. 또 서비스제공자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개정되지는 못했으나 95년 12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예고안 제26조의 2가 불법복제물을 그 사정을 알면서 통신망을 통한 배포를 방조하는 행위도 저작권 침해행위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침해에 대한 법적 제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침해예방이다. 이를 위해서 침해예방을 위한 서비스제공자의 일반적 의무의 규정 등의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서비스제공자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의식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고, 이용자 약관 및 게시판에 반복적인 침해자에 대한 제재행위를 명문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침해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침해물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저작권자들은 기술조치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조치도 우회수단에 의해 해제될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예방을 위한 서비스제공자의 자체적인 노력은 보다 양질의 저작물이 온라인상에 유통돼 성숙한 정보사회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한 전제가 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
1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2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5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