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시장 상반기 환경변화 (4);SW분야

소프트웨어(SW) 유통업계는 뚜렷한 호재 없이 사상 최악의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IMF 이후 불어닥친 기업 구조조정과 일반 가정의 소득감소로 SW 판매를 예년의 3분의 1 이하로 크게 떨어뜨렸다. 기업 수요는 예년의 비해 50~60% 수준, 일반 소비자 수요는 90% 선까지 추락했다.

소프트웨어 유통업의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시도도 있었다. SW유통업체간의 출혈경쟁과 복잡다단한 유통구조가 SW산업 침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4월 유통단계를 총판과 대리점의 2단계로 축소하는 유통구조 혁신안을 내놓았다.

또 총판과 대리점이 동시에 SW를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가격질서 붕괴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총판은 대리점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제품 판매는 전적으로 대리점이 책임지는 내용의 개선책도 제시했다. MS의 이 신유통 정책은 총판 정비가 완료된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통단계 축소는 과거 한글과컴퓨터가 유통전문 관계사인 한컴서비스를 통해 총판을 일원화하면서 그동안 실시해 왔던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실효성을 속단할 수도 없게 됐다.

여기에 MS의 SW무상배포 등의 파격적인 마케팅 정책과 한글과컴퓨터의 한글포기 파문이 SW 유통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면서 시장수요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 수요, 일반 소비자 수요가 크게 감소하자 SW유통업계는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기관수요에 큰 기대를 걸고 이들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최근 MS가 「1천억어치 SW 교육기관 무상증정」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MS측은 1천억원 규모의 SW를 무상공급함으로써 각 교육기관에 배정돼 있는 SW구입 예산을 타 제품구매에 1백% 활용할 수 있어 SW업계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SW유통업계의 견해는 다르다. 당장 MS 제품이 무상 보급되면 MS 제품 구매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고 MS로부터 SW를 무상으로 기증받은 교육기관이 1천억원의 잉여 예산을 활용해 타사의 SW를 구매할 것인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SW유통업계는 한글과컴퓨터의 「한글개발 포기」 파문이 확대되면서 시장에서 「한글」 관련 제품의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한순간에 SW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효자상품까지 잃고 있는 상황에서 MS 제품의 구매율하락은 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W유통업계가 그나마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은 SW재산권보호위원회(SPC), 사무용SW연합회(BSA), MS 등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SW불법복제 척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없진 않지만 이번 기회로 SW에 대한 의식전환이 이뤄져 SW산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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