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기업 한국산전 어떻게 되나

지난달 18일 금융감독위원회가 발표한 55개 퇴출대상기업에 포함된 한국산업전자의 향배에 공작기계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산전은 일본 파낙사의 내수시장 독점에 대응키 위해 지난 88년 5월 대우중공업, 기아기공(현 기아중공업), 두산기계 등 9개 국내 공작기계 생산업체와 미국의 공장자동화(FA) 전문업체인 앨런브래들리(AB)사가 59 대 41의 비율로 공동출자해 설립한 프로젝트성 회사로 당시 한, 미 양국간 기술협력의 모델로 불렸다.

그러나 투자에 비해 매출 및 수익이 적어 지난 92년부터 경영난을 겪으면서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 단순수입 판매를 원하는 AB측과 국내 개발생산을 주장하는 대우중공업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관계가 악화됐고 2년후인 94년 제2주주였던 대우중공업은 최대 주주인 AB사의 지분 41%를 인수해 한국산전을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한국산전은 공작기계의 핵심장치인 CNC장치와 FA 서보모터, 교육용 유연생산시스템(FMS) 등 공작기계류 사업부문과 지게차 컨트롤러, 굴삭기 컨트롤러, DC모터 등 산업전자 부문을 주력으로 삼아왔으며, 업계 최초로 ISO 9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CNC장치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이 회사는 공작기계 부문과 산업전자 부문의 매출이 50%씩 차지해 왔으나 수요자들의 국산 CNC장치 선호도가 낮고 공작기계 산업경기마저 악화되면서 매출 2백50억원, 영업이익 33억3천4백만원, 경상이익 9억7백만원을 달성한 지난 96년을 제외하고 창업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면서 퇴출대상기업 발표 전부터 퇴출기업으로 유력시 돼왔다.

대우그룹은 퇴출대상기업 발표 전부터 이 회사 처리 문제에 상당한 고심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대우그룹은 이 회사가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되기 전에 이 회사를 자발적으로 퇴출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여왔으나 그룹의 명예와 중공업의 공작기계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대우그룹은 이번 퇴출대상기업에 한국산전이 선정된 데 대해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앓던 이를 뺄 수 있는」 기회로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이 회사 처리 문제는 중공업내 경영전략팀(팀장 김웅범 상무)이 전담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중공업이 핵심사업인 CNC 부문을 흡수 합병하고 산업전자 부문에 해외 자본을 유치,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외국에 매각한다는 방침 정도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력 및 설비, 부채 등 자산도 사업부문별로 분리해 처리한다는 원칙도 정해진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협력관계에 있는 외국 회사와 CNC장치 등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제외한 산업전자 부문을 대상으로 합작 및 매각 협상을 진행중에 있으며 이르면 이달안에 구체적인 합의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사가 수행중인 정부의 중기거점과제 및 외국사와의 PC-NC 공동 개발 프로젝트 등 CNC 관련 사업도 대우중공업으로 차질없이 이관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처럼 대우중공업이 이 회사를 사업부문별로 분리 처리키로 한 것은 CNC 사업이 공작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한 반드시 필요하며 10여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확보한 기술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대우중공업은 2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이 회사에 파견, CNC장치 개발에 적극 참가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양사의 기술진과 노하우 통합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산업전자 부문의 적지 않은 매출액 비중과 지게차 및 굴삭기 사업에 필수적인 요소산업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대우가 이 부문을 외국사와 합작하거나 매각키로 한 것은 수작업 비중이 높고 인건비가 많이 소요돼 부가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NC장치 국산화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한국산전의 CNC장치 사업 포기는 대일 기술종속을 심화시키고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경쟁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국내 최대 공작기계 메이커인 대우중공업이 이 회사의 CNC장치 사업부문을 인수하면 더욱 강력한 R&D 투자가 가능해져 대외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생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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