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 "특소세 폐지" 특단 조치를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문제가 한시적인 인하 쪽으로 일단 매듭지어진 것 같다.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마련한 한 세미나에서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가전, 자동차 등 내수침체 제품에 대해서는 특소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산업자원부와 관련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폭을 협의중이어서 이른 시일 내에 특소세 인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이로써 새 정부 들어서도 산업보호와 세수확보 차원에서 관계부처간의 이견으로 논란을 거듭해온 특소세 조정문제는 한시적이기는 하나 인하조정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폭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지만 가전제품 특소세가 인하될 경우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수요둔화, 특히 IMF사태로 심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현상을 타개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는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에도 우리는 이미 생활필수품이 돼 있는 가전제품에 대해선 특소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IMF라는 상상 밖의 돌출사태로 대내외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데도 내년 6월 말까지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 폐지를 목표로 한 단계적인 해제조치를 이미 예고했던 일정대로 강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특소세 폐지는 더이상 미루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전자업종의 내수진작과 이를 통한 국제경쟁력 배양을 위해 특별소비세는 폐지돼야만 한다.

만약 정부가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세수확보 차질을 막기 위해 이를 꺼리고 있다면 이는 차칫하다간 쥐 잡다 독 깨는 우를 범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선다변화 품목의 단계적인 해제조치로 당장 오늘부터 수입이 허용되는 컬러TV 등 일본산 가전제품에 밀려 우리나라 가전제품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 세수확보에 더욱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소세는 전면 폐지해야 하지만 만약 전면 폐지가 어려울 경우 보급률이 50% 이상인 품목의 경우에 한해서만이라도 특소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산업자원부에서도 보급률이 50% 이상인 품목에 대해서는 특소세를 폐지하고 50% 이하인 품목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 재경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부처간의 이견으로 결국 실현되지 못할 것 같다.

재경부는 보급률이 높은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에너지소비 및 환경문제 유발을 억제하기 위해 특소세를 계속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또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세수가 크게 줄고 있는 것도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차제에 가전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폐기물 예치금제도도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폐기물제도는 가전업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폐가전제품의 재활용시설 설치, 운영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IMF체제 이후 내수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전자, 자동차 등 주력업종에 대해선 특별소비세와 폐기물 예치금제의 폐지 등 특단의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가전업계는 IMF 이후 환율폭등과 이로 인한 핵심 수입부품 가격의 인상, 장기화하고 있는 수요냉각 현상에다가 연초의 특소세 인상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 제2위의 가전생산국인 우리나라 가전산업이 경쟁력 상실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지만 기업의 구조조정 등 워낙 큰 난제에 가려 그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요 가전업체들은 지난해보다 거의 2배 이상 치솟은 환율로 해외에서 조달해온 핵심부품의 가격이 50∼1백% 가량 인상되자 생산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은 올들어 소비자가격을 10∼15% 정도 낮춘 IMF형 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할인판매 및 다른 가전제품을 끼워파는 등의 제살 깎아먹기식 판촉활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계속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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