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이동통신] 이동전화기 발자취

무전기 타입에서 에어로다이내믹 타입까지 남들에 비해 튀기만해라.

1천만 이동전화 가입자시대의 단말기가 패션화 경향을 노골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군인용으로나 보급됐음직한 국방색 무늬도 하나의 유행을 창조하고 있을 정도로 단말기의 패션화 경향은 뚜렷하다.

과거 같으면 점잖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는 노란색, 분홍빛 단말기도 1천만 이동전화 가입자시대에는 선풍적인 인기다. 개성추구와 섹시함에 대한 선호현상이 무엇보다 강한 젊은층의 요구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노란색, 분홍색, 자줏빛, 은빛색 등 명동거리의 유행패션도 이동전화 단말기에 그대로 접목되고 있다.

디자인설계도 에어로다이내믹을 하나의 유행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여성들의 손안에 그대로 쏙 들어가는 그리고 손바닥과 단말기가 전연 이질감을 느낄 수 없는 단말기, 최근의 단말기는 에어로다이내믹 설계가 가미된 최신유행의 디자인이 가미되고 있다.

이에 따른 생산업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삼성전자는 수신기 부분을 눈사람처럼 곡선으로 처리한 유선형 제품을 내놓고 있고 현대전자는 국방, 자수정, 나무무늬 등 파격적인 색상의 PCS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 LG정보통신이나 엠아이텔, 한화, 해태전자도 유선형 설계에 파격적인 컬러를 접목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이동전화단말기의 패션화 경향은 과거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무전기 크기도 초창기의 이동전화단말기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개인휴대통신(PCS)이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초만해도 이동전화단말기는 품격지향의 경향이 뚜렷했다. 색깔은 중후함을 상징하는 검은색 일색이었고 모양도 에어로다이내믹보다는 점잖은 스타일이 중요했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단말기 주수요층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업가에서 30대 이상의 샐러리맨이 주축이었던 이동전화단말기 주고객층이 이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그리고 20대 여성층이 주수요층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을 반증한다.

삼성이나 현대, LG 등 단말기업체들은 일제히 최근의 제품개발 경향을 여성들이 한손에 꼭 쥘 수 있고 색상도 젊은층, 특히 여성취향에 맞게 컬러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직장인보다는 학생, 남성보다는 여성층을 겨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20대 신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계속 선보일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단말기의 패션화가 반드시 수요층의 변화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동전화단말기의 패션화 경향은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업체들과 서비스사업자들의 공동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부터 30대 이상의 이동전화단말기 수요가 정점에 달했었다. 반면 거품경제가 가세하면서 이동전화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변화가 일었고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경제능력과는 별개로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이에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과 단말기 생산업체들이 공동으로 새로운 수요층에 대한 공략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이동전화 단말기나 서비스제공업자들의 광고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면 이들의 전략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최지우와 배용준, 김승우와 이미연(LG텔레콤), 차인표(한솔PCS), 고소영과 신현준(한통프리텔), 김국진과 이창명(신세기통신) 등 이동전화서비스 제공업자의 광고모델들의 면면과 광고내용은 단연 젊은층이 타깃이다. 수요가 막히자 광고전략을 동원, 새로운 수요층을 찾았고 이같은 전략은 정확히 먹혀든 것이다.

하반기 이후 단말기의 형태는 또 다른 방향을 찾아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무게와 크기, 기능, 그리고 파격적인 디자인 형태를 지향해 나갈 것이고 이는 하이엔드 지향의 수요를 겨냥한 제품일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업체들이 개발에 성공한 70g대의 최경량 제품이나 LG정보통신이 선보인 폴더형 제품 등은 경제력을 갖춘 계층을 공략할 것이며 국내 업체들은 이를 전략분야로 설정하고 물밑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다.

30대 샐러리맨과 소규모사업자(SOHO)를 대상으로한 기능형 제품의 홍수도 예상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 한통프리텔 등은 이들의 정보화 욕구 및 인터넷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가기능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고 단말기 생산업체들도 이를 반영한 제품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 이동전화단말기의 주수요층을, 즉 원점을 지향하는 리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다.

88년 올림픽과 때를 같이하여 국내에 서비스된 이동전화는 카폰서비스에 이은 것으로 대부분이 모토롤러제품이었다.

당시 90년대 이전의 초창기 이동통신단말기는 모토롤러 외에도 노키아나 삼성전자, 금성통신 등이 일부 생산했으나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단연 모토롤러였다.

사실 초창기 국내에 선보였던 이동전화단말기는 카폰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어떤 측면에선 무전기 형태의 단말기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이동전화단말기는 모토롤러가 선보인 무전기 형태의 다이나택 8000S 모델이다. 현재의 이동전화단말기의 10배 무게인 배터리 포함 7백71g이었던 다이나택8000 모델은 당시 (주)유니텍과 삼광기전을 통해 국내에 선보였으며 88올림픽에 편승, 폭발적인 수요가 일었다.

대기시간 26시간, 통화시간 2시간의 이 제품은 당시 가격만해도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낼 무려 2백40만원이었고 다음해 무게 5백64g의 1백90만원대 보급형 제품 9800이 보급되기도 했다. 올림픽 당시 세계 각국의 휴대형 전화기 사용 모습이 일반인들에 접목됐고 이는 이용상의 불편과 가격은 별개의 문제로 만들었다.

올림픽 이후 휴대형 전화기의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89년 들어서는 휴대형 전화기 수요가 폭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당시에는 모토롤러 휴대폰을 들고다니면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취급당했을 정도로 위세가 막강했다는 게 관계자들은 전언이다.

이에 따라 모토롤러와 휴대폰 총판계액 체결 자체가 엄청난 특혜로 인식되어왔고 총판계약을 체결한다는 자체가 사업성공의 열쇠로 인식되던 시기였다.

90년에는 3백49g의 플립형 모델이 선보여 휴대폰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발전했고 92년에는 2백12g대로 이어졌다.

국내 생산은 모토롤러가 현재 LG전자로 흡수된 금성통신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제휴를 하면서부터였으며 이동전화단말기다운 1백g대의 제품은 95년에 가서야 나타났다.

미래의 이동전화단말기는 현재와 같은 단말기 통념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단순음성전달기능에서 완전히 벗어나 완전한 멀티미디어도구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텍스트데이터가 가미되며 더 나아가 오디오데이터, 사진전송, 비디오 송수신이 가능한 멀티개념의 전화기로 발전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CommunicAsia98」에선 에릭슨과 NTT도코모사가 미래의 이동통신 매체인 W-CDMA의 미래에 대해 소개, 관심을 끌었다. 영상전화는 물론이고 이를 통해 디지털 카탈로그 쇼핑, 주문형비디오(VOD), 이동TV로까지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최대 2Mbps에 달하는 전송용량에 MPEG4급 동영상 압축기술이 접목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에릭슨과 NTT도코모와 제휴한 일본 기업들은 현재의 이동전화단말기와 크게 차이가 없는 미래의 W-CDMA 단말기 기술을 선보였다. 일본 기업들이 출시한 제품은 막대모형의 제품이었고 에릭슨은 폴더형으로 설계된 제품을 내놓았다.

이동전화단말기 액정표시판에 상대방 또는 상대방이 전송한 영상이 뜬다는 점이 현재의 이동전화단말기와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물론 자신의 영상을 전달할 초소형 카메라가 이동전화단말기 상단 또는 하단에 접목된다. 이동전화단말기를 잡고 입과 귀에 댄다는 통화패턴이 이제는 이동전화단말기를 보면서 통화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상대방의 얼굴은 물론 다양한 영상정보까지 수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나 사용상의 불편사항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다. 특히 보안성이란 통신의 기본속성을 어떻게 유지해줄 것인가가 W-CDMA 단말기 대중화의 관건인 것처럼 느껴진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주변이 용납하지 않는 장소에 갈 때는 W-CDMA 단말기를 꼭 꺼놓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는 게 이를 구경한 이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상대방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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