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가 진행되면서 갑작스런 실직이나 퇴직에 대비해 자격증을 따두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취업 준비생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 자격증 취득 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서점의 자격증 수험서 코너와 각 학원의 자격증 관련 강좌가 붐비고 있다.
이는 자격증이 「취업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층 더 보편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 자격증은 다른 분야보다 전망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취업 준비생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워드프로세서를 비롯해 정보처리기능사, 인터넷 정보검색사에서부터 최근 신설된 컴퓨터그래픽스(CG)운용기능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자격증이 쏟아져 나오면서 바야흐로 자격증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일반의 인식과 달리 자격증은 취업의 보증수표가 아니어서 자격증 취득 희망자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 자격증 취득 희망자들은 자격증을 취업에 이르는 계단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격증이 안되는 취업을 되게 만드는 요술방망이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격증은 취업시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라고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말한다.
정보통신분야 자격증은 국가가 시행하는 것과 민간단체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국가기술자격증 검정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기술, 기능분야 자격증만도 7백가지가 넘는다고 밝힌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분야 자격증도 적지 않다.
공단 관계자는 『이들 정보통신분야 자격증 취득자가 곧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격증은 기술인력의 지위 향상을 위해 마련됐지만 취득자들은 아직까지 그 취지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기통신기본법 등에서 이들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대우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들 조항은 임의규정이어서 기술 인력의 지위 향상과 관련해서는 커다란 의미 부여를 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자격증 획득만으로 곧바로 현실적 대가를 바라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격증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는 법이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 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인식전환이다.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자격증 보유자는 일정 정도의 가산점이 있고 수당, 승진에 따른 혜택도 있으나 이는 일반 기업체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들은 학력위주로 인력을 선발, 자격증이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격증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전환 등 사회풍토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정보통신분야 자격증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자격증 취득자들이 실제 업무에서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모 기업 관계자는 말한다.
전문가들은 자격증을 민간에 이관하는 것을 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이규제큐티브컨설팅의 전병문 사장은 『자격증 관리의 민간 이전을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자격증이 시장 요구에 맞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밝힌다. 자격증의 민간관리를 통해서만 실제 수요와 공급을 맞춰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보통신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면 이점이 많다.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도 쉽고 겸업도 가능하다. 하지만 취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선 자격증에라도 기대고 싶은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자격증 관련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때이고 이는 정책적으로 지식기반산업 육성을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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