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1년반 정도 남긴 지금,「밀레니엄 버그」퇴치를 위해 전세계가 온통 난리이다.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대대적인 혼란을 가져올수 있는 2000년(Y2k)문제가 지닌 엄청난 파괴력때문이다.
세계 주요 나라마다 Y2k 문제를 정부의 핵심과제로 규정짓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최근에는 이 인류 공동의 적을 퇴치하기 위해 세계각국이 모여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다.일부 선진국에서는 Y2k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은행에 대해서는 2000년 이후 영업을 정지시킨다는 얘기도 들리고, Y2k 대응이 미비한 외국기업과의 거래를 중단시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이에따라 무역자유화를 의미하는 우루과이라운드와 환경문제를 지칭하는 그린라운드에이어 「Y2k라운드」라는 신조어가 최근 심심치 않게 외신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Y2k라운드가 최근 단순한 「입방아」 차원을 넘어 실제 결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사회, 경제적으로 글로벌네트워크 추세가 갈수록 확산돼가는 상황에서특정국가만이 Y2k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모든 위험상황으로부터 안전해질수 없다는 선진국들의 현실인식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미 대형 해외기업들은 최근 교역국과의 거래조건 1순위에 Y2k문제 해결여부를 올려놓고 있으며 국가차원에서는 최근 G7및 러시아를 포함한 8개국 강대국 정상들이 모여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는 형태로 「라운드」의 성격을 띠는 협의체 결성에 합의했다.이에 따라 현재 Y2k문제해결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뒤떨어진 후진국들에게는 새로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이미 무디스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Y2k 해결정도를 신용평가 기준에 포함시키겠다는 통보를 해온 상태이며 합작사나 외국의 주요 바이어들로 부터 Y2k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최근 활발해지는 외국인들의 국내기업 투자나 인수합병에도 이 문제가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GE,IBM,마이크로소프트(MS)등 상당수의 해외 IT업체들은 최근들어 한국 기업들의 밀레니엄 버그해결이 투자의 선결조건임을 분명하게 못박고 있어 이 문제가 외자유치의핫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시스템통합(SI)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레니엄 버그의 심각성에 대한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국내 그룹사들이 최근들어 「밀레니엄버그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각된 점도 있지만 지분매각이나 투자유치를 위한협상파트너인 외국업체가 이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는 등 당장의 현안으로 등장한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이 세계 각국의 밀레니엄 해결 현황을 조사해 등급을 매긴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밀레니엄버그 해결의 최종시한을 넘겨 버린 것으로 진단, 밀레니엄 버그가 국가신인도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각국이 아시아등의 후발국가의 기업들만을 문제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미국 연방은행이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지 못한 나라와는 앞으로 거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표한데 이어 미국의 각 은행들도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지 못하면 예외없이 금융공동전산망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예산관리국은 최근 『정부가 시달한 일정에 따라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처에는 예산지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내부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신들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는 선진국들이 자신들과 교역을 해야하는 여타국가들에게 소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오히려 한층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이미 TMR사등 세계적인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Y2k문제로 인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국가간, 기업간 법적분쟁 소요비용만도 5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같은 파괴력과 엄청난 후유증때문에 「Y2K라운드」의 출현 가능성은 한층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Y2k문제는 인류가 아직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문제이다.따라서 그 결과가엄청난 재앙이 될지 찻잔속의 태풍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일하게 대처해서 큰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비용이 들더라도 미리 대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것이 낫다는 점이다.
『2000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경우 오히려 Y2K라운드를 주도할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수 있는것은 물론 땅에 떨어진 국가 신인도회복의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라는 외국의 한 컨설팅전문가의 지적은 되새겨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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