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음성 등에 특별한 정보를 삽입시키는 「전자암호은폐」 기술이 실용기를 맞이하면서 최근 일본에서 그 응용분야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저작권보호를 목적으로 개발된 이 기술은 저작권보호뿐 아니라 X선 화상에 환자의 개인정보를 삽입해 전송하거나 팩시밀리 화상에 별도의 암호를 숨겨놓는 암호통신으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저작권보호면에서는 거의 실용 단계에 접어들어 디지털 콘텐츠에 ID정보를 집어넣어 관리하고 판매하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DVD, 디지털카메라, 디지털방송 등으로도 이 전자암호은폐기술의 용도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전자암호은폐」는 영상 및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에 일정 형태의 정보를 제3자가 알 수 없도록 숨겨 놓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사업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콘텐츠에 저작권자에 관한 ID정보 등을 삽입해 두면 부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히타치제작소와 돗판인쇄. 이 두 회사는 정지영상, 동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저작권자로부터 위탁받아 대리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 10월에 공동 출자회사인 「이미지 몰 재팬」을 설립한다. 이 사업의 핵심 포인트가 되는 것은 히타치제작소의 전자암호은폐 기술. 히타치는 새 회사를 발족하기 직전에 전자암호은폐를 삽입, 제거할 수 있는 툴을 발표할 예정이다.
NEC는 디지털방송 등의 용도로 동영상에 실시간으로 전자암호은폐를 삽입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가정의 디지털VCR 등을 제어하는 정보를 전자암호은폐 형태로 전송해 불법복제를 방지하게 된다. NEC는 이미 시제품을 개발, 콘텐츠 프로바이더 등에 공개하고 있다.
한편 전자암호은폐는 저작권 보호 이외의 용도로도 이용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보건의료정보센터 가운데 하나인 AHMIC는 지난 2월 인터넷을 사용한 원격진료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는 환자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전자암호은폐 기술이 사용됐다. X선 영상에 환자의 개인정보와 각종 검사결과 데이터를 「전자암호은폐」 형태로 삽입해 인터넷으로 원격지의 의사에게 전송한다. 삽입된 정보는 제3자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X선 사진을 도난당해도 어떤 환자의 것인지 알 수 없어 문제발생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이 실험에는 일본 M연구소의 전자암호은폐 기술이 사용됐는데 이 회사는 내년 중에 이를 실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암호은폐를 콘서트 티켓 판매에 활용하는 예도 있다. 기획회사인 일본 디지티미니미社는 콘서트 티켓을 전자화한 「e티켓」을 개발, 지난해 11월부터 유명 콘서트 등에서 실험 운영하고 있다. 전자암호은폐를 삽입한 e티켓을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해 이를 구입한 관람객이 플로피 디스크에 이를 저장해 콘서트장으로 가져오게 하는 방식이다. 이미 16번의 콘서트에서 1백∼5백장의 e티켓을 판매한 바 있는데, 이 회사는 이달중에 실용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사실 전자암호은폐는 이미 5년 전부터 영상과 음성에 숨기고 싶은 별도의 정보를 삽입하는 일종의 암호기술로써 연구돼 왔다. M연구소측도 「전자암호은폐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암호통신으로서의 응용이 주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암호통신으로서의 연구사례로는 우정성 통신종합연구소(통종연)가 M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개발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용 친전문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시각장애인도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친전문서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수신자측은 스캐너로 영상을 입력해 합성음성으로 듣게 된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면서 보다 실용적인 시스템으로는 교와社가 지난 4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Stegano팩스98」이 있다. 이 제품은 PC상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로 팩시밀리의 이미지 데이터 속에 별도의 정보를 숨겨 전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통종연이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과 달리 종이에 출력할 경우 전자암호은폐를 읽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PC간 정보교환만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전자암호은폐 기술은 이밖에도 위조방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례는 나오지 않았으나 가장 유망한 것이 디지털카메라에의 적용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할 때 전자암호은폐가 자동적으로 삽입되도록 설정해, 영상을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수정할 경우 전자암호은폐가 없어지도록 함으로써 무단위조의 유무를 판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손해보험회사의 사고처리시 사고차량 촬영」 「건설현장에서의 공사 진행상황 촬영」 등 촬영한 영상을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할 때 주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히타치, NEC, 일본IBM 등이 이 기술의 디지털카메라 채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VD의 저작권 관리에도 전자암호은폐 기술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NEC, 일본IBM, 히타치 등은 영화, 음악업체와 가전업체 등으로 구성된 미 CPTWG(카피 프로텍션 테크놀로지 워킹 그룹)에 전자암호은폐 기술의 DVD 응용 가능성과 관련, 검토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응용방법은 DVD에 「카피 불가능」 「한번 가능」 「카피 프리」 등의 3종류 제어정보를 전자암호은폐 형태로 입력하고, DVD기기가 이 제어정보를 읽어 허가된 대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암호은폐를 기술적인 면에서 검토해 보면 실제로 그 기술사양은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전자암호은폐라는 단어는 콘텐츠에 어떤 정보를 삽입하는 수단의 총칭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자암호은폐 기술은 앞으로 용도별로 분류돼 기술개발이 진행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통일된 어떤 한 형태의 제품이 탄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절대 안전한 전자암호은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저작권 보호 용도의 경우, 부정 이용자가 콘텐츠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변형해 이용해도 전자암호은폐가 어딘가에 남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자암호은폐를 좀더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삽입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콘텐츠의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또 암호통신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전자암호은폐가 해석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자암호은폐 기술은 앞으로 기존 암호기술 등과 병행하는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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