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국제 표준화 회의"에 거는 기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 관련 국제표준의 제정을 논의하는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립기술품질원 주최로 지난 17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국제표준화기구(ISO)/전기기술위원회(IEC) 공동기술위원회 제6분과위원회(JTC1/SC6) 서울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39개국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정보통신과 컴퓨터시스템간 각종 통신방식 및 서비스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의 제정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우리나라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세계 15개국에서 85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고속인터넷, 무선 근거리통신망(LAN), 사설종합통신망, 기능향상 수송계층서비스(ECTS) 등 40여종의 다양한 정보통신 관련 국제표준(안)을 놓고 참가국간 치열한 기술토론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지난 63년 ISO에 가입한 이래 처음으로 국제표준 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 국내 전문가그룹이 5년간의 노력 끝에 마련한 ECTS 문서가 최초의 독립적 국내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나름대로 성과가 기대된다.

정보기술의 디지털화, 네트워크화의 진전으로 기술과 제품간의 표준과 호환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표준을 정복해야 세계시장을 장악한다』는 전제 아래 국제표준의 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제표준 제정시 자국의 기술을 반영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표준화도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살벌한 상황이다.

현재 세계표준은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선두그룹을 형성해 세계시장에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상징되는 세계표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것이 세계적인 표준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시장을 확대하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앞선 표준이 시장을 창출하고 확대하는 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는 불문가지다.

따라서 이번 서울회의는 국제표준의 제정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업계에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확산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표준화는 산업기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표준화다. 특히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전자화폐, 휴대전화 등 신기술 분야의 표준화 동향과 관련해서는 발빠른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표준화에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국제표준화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강화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그룹의 활동이 활발해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제표준이산업경쟁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표준화체계를 재정비해 국제표준화기구에 전력 대응할 수 있는 협동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서울 국제표준화회의를 바탕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표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 국내산업의 기반구축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기술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규격 작성작업 및 의사결정 회의에도 적극 참여해 국제표준과 관련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치열한 국제표준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표준화 활동을 통해 국제표준화기구에서 분과별로 회의참여는 물론 정보수집 및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기적인 연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질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그것이 세계표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연구개발 투자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회의를 계기로 우리의 국제표준화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좀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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