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모토롤러가 올해 1억 달러를 시작으로 향후 3년 동안 3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것은 우선 세계 정상급의 반도체 및 통신기술 회사인 모토롤러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자, 정보통신 관련산업이 시장성이나 기술수준 면에서 계속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케 해주는 계기가 됐고, 특히 새 정부가 현 경제난 타개를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외국인 투자유치 노력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2개월 동안 HP, 인텔, 윈드칠, BCI, MS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가 잇따라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 중 HP나 BCI 등은 이미 상당한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외국 투자가들이 최근의 금융구조 개편이나 대기업의 구조조정계획, 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의 비화가 우려되고 있는 폭력시위 등 이러 저런 국내 사정을 이유로 아직까지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모토롤러의 대규모 대한 투자계획 발표는 국가의 대외 이미지 쇄신 및 신인도 향상과 함께 국민에게도 외국인 투자유치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모토롤러는 지난 67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해외 반도체공장을 설립한 이래 지난 30여년간 총 40억 달러의 수출을 비롯해 수입원자재의 국산화와 관련기술 개발의 지원, 고용증대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해 왔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타고난 근면성이나 위기대처 능력, 최근의 어려운 국내사정 그리고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전망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은 30여년간의 한국생활을 통해 스스로 체득했으리라 믿고 있다. 이번 모토롤러의 발표가 지금까지 대한 투자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의 외국 투자가들에게 하나의 선행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모토롤러의한국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탁월한 진단과 예측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와 관련, 방한중인 리처드 얀츠 모토롤러 아, 태지역 사장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60년대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세계무대에서 주도적 국가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보아 왔으며 현재의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도 재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모토롤러의 이번 투자발표에서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보통신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이에 대한 정확한 투자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CDMA 휴대폰과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개발 및 생산을 비롯해 주파수공용통신(TRS), 무선데이터통신 등 다양한 사업을 위해 상당한 투자의사가 있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만일 모토롤러가 막대한 투자로 CDMA 단말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현재 검토중인 대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기존 국내 CDMA 단말기 시장에도 일대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재계가 이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아날로그 단말기 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롤러가 CDMA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함으로써 받은 타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투자를 너무 소홀히 한 데서 연유한 자승자박인 셈이라고나 할까. 특히 예상밖의 PCS 열풍은 모토롤러로 하여금 대한 투자를 촉진케 하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모토롤러의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당연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그동안 소비자들의 AS에 대한 불만도 결코 무시해선 안될 것이다.
모토롤러의 이번 대규모 대한 투자는 외화를 유치해야 하는 국가적 입장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 정보통산산업 발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외자도입촉진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 등 법적, 제도적 지원조치를 강구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활력소를 불어넣어야 한다.
또 모토롤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모토롤러가 갖고 있는 기술적인 노하우와 탁월한 마케팅 능력, CDMA 단말기의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과 경험, 그리고 고도로 숙련된 한국 근로자의 노력 등을 슬기롭게 결합시켜 보다 알찬 결실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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