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앞에 닥친 인터넷 상거래 무관세

최근 미국과 일본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해 컴퓨터 및 영상 소프트웨어 거래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이달 영국 버밍엄에서 열릴 서방 주요국 수뇌회의에 앞서 갖게 될 양국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의 자유무역권 구상을 제창해 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양국 성명을 토대로 15일 개막되는 버밍엄 회의에서 국제규정 수립을 주요 의제의 하나로 제기하고, G8 선언에도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포함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시발로 세계무역기구(WTO)는 곧 인터넷 상거래의 무관세화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제, 소비자보호, 인증제도 등을 대상으로 다자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태경제협력회의(APEC)도 WTO, OECD에 이어 조만간 각료레벨에서 이를 검토할 예정이어서 인터넷 상거래의 무관세화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로써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컴퓨터 및 영상 소프트웨어의 무관세 거래라는 새로운 상거래 패러다임을 국제적으로 규정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시장확대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무관세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지구촌 전자상거래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래 이제 인터넷 상거래 무관세화는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됐다.

그동안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적인 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무관세 및 무역정책의 수립에 대한 필요성은 점증돼 왔고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난 97년 6월 미국과 EU가 전자상거래 무관세 협약을 발표했고 일본도 여기에 가세하면서 실제로 전자상거래 무관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정착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제도적 정비 및 기반확충을 위한 지원과 관련 정책수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인터넷 상거래 무관세협정의 조기체결 움직임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컴퓨터 및 영상소프트웨어산업의 무관세화는 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및 일본 기업들만이 집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많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서로 상이한 법체계를 가진 지역간의 인터넷 상거래에 대해 지역마다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과세지역에 대한 논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한 물품교역에서 어떤 과세기준이 적절한 것인가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나 음악처럼 디지털 제품에 대한 판매세는 상당히 복잡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무관세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컴퓨터 및 영상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국내 산업기반이 아직까지도 미국과 일본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들 제품에 대한 전자상거래 무관세화가 실현된다면 산업기반이 취약한 국내시장에서 인터넷망을 통한 대량 수입 및 판매가 이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가격우위를 상실한 국산제품의 몰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전세계 컴퓨터 및 영상소프트웨어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 및일본의 문화상품 유입은 지금보다 훨씬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이번에 무관세품목으로 컴퓨터 및 영상소프트웨어 등에 국한할 것을 제의했지만 앞으로 다른 상품으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인터넷 상거래 무관세는 국제적인 추세 부응과 함께 국내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양면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새로운 무역라운드로 국제 논의가 활발한 인터넷 상거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수출중소기업의 인터넷 거래를 촉진하는 등 인터넷 상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시점임을 감안하여 정부는 여타 국가들의 반응과 향후 기술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관세부과 여부와 범위 등에 대해 좀더 신중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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