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남아국가들의 불법SW 근절 노력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각국이 최근 들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의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남아 각국의 이같은 불법복제 SW의 근절노력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것은 이들 동남아 각국이 현재 금융위기로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SW 유통의 건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과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몇몇 SW 개발사들의 강요에 의해 타율적으로 추진되었던 그동안의 불법SW 근절노력과는 달리 이번에는 자율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단속강도에 있어서도 종전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동남아 각국의 주요 불법SW 근절노력을 보면 싱가포르 정부의 경우 광디스크 제조 및 제조장비 수입관련 사업에 대한 인허가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직접 광디스크 제조업자들을 관리해 불법SW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콩 정부 또한 중국과 인접한 지역 공장들을 수색해 6억5천만 홍콩달러 상당의 비디오CD 불법복제품과 제조장비를 압수하는 한편 세관직원을 포함한 13명의 관련자를 무더기로 체포한 것도 종전과 달리 정부의 강력한 단속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8일부터 불법SW 추방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일반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 불법복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1만 말레이시아달러의 벌금형 또는 금고형을 내릴 방침이다.

이밖에 태국 정부는 경찰 주도의 「지적소유권 위반방지 위윈회」를 중심으로 이미 5천만 바트 상당의 복제품을 압수했으며, 사상 최악의 소요사태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최근 자카르타 시내의 한 쇼핑센터를 수색해 10만장의 불법복제 비디오CD를 압수한 바 있다.

동남아 각국이 이처럼 SW 불법복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불법복제 SW가 아시아 경제성장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미국 사무용SW연합회(BSA)의 분석과도 궤를 같이 한다.

로이터통신은 BSA의 보고서를 인용, SW 불법복제가 동남아 경제성장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으며 SW 불법복제로 인한 이 지역 경제손실이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한편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96년 현재 이 지역에서의 불법복제율은 무려 84%로 미국 수준인 27%만 돼도 각국의 세입은 2억4천6백만 달러나 증가하고 또 일자리는 1만4천2백여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5년 동안 이 지역의 SW 판매는 연평균 19.4%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2001년엔 3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2만3천여명의 고용창출과 53억 달러의 경제성장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불법복제율이 20%대로 떨어진다면 2만여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각국이 불법복제 SW의 근절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정품SW 구매를 통한 시장확대와 고용창출 효과 때문이다. SW는 공짜로 복사해서 쓰면 된다는 각국 소비자들의 기존 인식이 결국은 국가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동남아 각국의 불법복제 SW 단속에는 SW를 전략상품으로 집중 육성하려는 미 행정부의 노력도 일조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미 지적재산권동맹이 최근 발간한 98년판 보고서에 따르면 96년 현재 미국 SW산업의 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6백1억 달러로 농업과 자동차를 제치고 산업별 해외매출 최대 산업이 됐다.

미 행정부가 불법SW 단속에 사활을 거는 이유인 동시에 동남아 각국이 스스로 SW 단속에 나서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IMF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이때 동남아 국가들이 추진하는 불법SW 근절운동에 찬사를 보내며 이같은 각국의 자발적인 노력이 향후 이 지역이 세계 SW산업의 중추가 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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