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지역밀착 방송」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지역민방들이 IMF사태 이후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SBS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등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광주, 대전, 울산, 청주, 청주등 지역민방들은 IMF사태 이후 광고판매실적의 격감, 모기업의 경영악화등 환경변화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나 타지역 민방과의 프로그램 교류가 부진해지면서 SBS 프로그램 의존 비율이 종전의 60∼70%선에서 80∼90%선까지 높아지는등 독자적인 지역방송매체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부터 수도권 민방인 SBS가 무궁화위성을 통해 프로그램을 전국을 대상으로 송출하면서 전국 각 지역의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이나 케이블TV방송국(SO)들이 SBS프로그램을 직접 수신,지역민방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역민방 가운데선 비교적 자체 제작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았던 부산방송의 경우 IMF사태 이전까지만해도 30∼40%선을 유지했던 자체 제작 비중이 최근에는 20%선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방송은 그동안 케이블 PP인 m.net등과 프로그램을 교류하고 외국방송사와 프로그램 공동 제작등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최근들어선 케이블PP와의 프로그램 교류가 매우 부진하고 국제공동제작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SBS 프로그램 의존 비율이 80%선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FM방송도 5시간 정도를 SBS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방송을 제외한 다른 지역민방의 경우는 자체 제작 비중이 20∼30%선에 불과했던 것이 IMF사태 이후에는 10%선으로 떨어지고 나머지 프로그램을 거의 대부분 SBS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지역실정과 맞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지역민방사들의 SBS 의존도가 이처럼 높아질 경우 키스테이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SBS와 가맹사인 지역민방간에 불평등 계약관계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여러개의 네트워크사와 가맹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방송사간에 지역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계약관계가 성립할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네트워크사가 SBS밖에 없어 민방과의 교섭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차 민방중 1백% 자체 제작을 목표로 출범한 인천방송이 새로운 네트워크사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지역 민방들이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지역주민들이 직접 지역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적극 개발하고 SBS는 물론 케이블 PP,타지역 민방,위성 PP등 다양한 프로그램 공급원을 확보하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영영건상 자체 제작이 힘든 점을 감안,지역민방 프로그램 공동 제작,공동 프로덕션 및 제작단지 조성등을 적극 검토하고 정부차원에서도 지역민방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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