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덕연구단지에 새로운 활력을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과학기술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기술개발 투자는 물론 연구인력까지 줄이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 부지 및 시설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경쟁력의 기반이 됐던 연구개발 부문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소들마저 연구개발에 정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기업들로부터 연구프로젝트를 추가로 따내지 못해 부분적으로 연구활동을 중단했거나 중단할 위기에 몰려 있고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금마저 지난해에 비해 1백87억여원이 줄어 연구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이 대덕연구단지내 출연연에 대한 인력, 조직, 예산 관련 감사를 벌이는가 하면 과기부는 최근 산하 출연연구소의 경영혁신 계획을 마련하면서 3백여명에 가까운 연구인력을 감원키로 해 연구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IMF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자기 연구소 부지까지 팔려고 내놓은 마당에 정부 출연연구소에 연구프로젝트를 주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수탁과제가 없어 연구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출연연구소에 대해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금까지 줄이는 것은 큰 문제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정부투자 비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민간기업이 투자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실정을 감안,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

출연연의 연구활동이 위축되면 일차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자체 연구소가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출연연에 의존하고 있다. 올 1, Mbps분기에 출연연의 기술이전을 받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 신기술창업지원단에 문을 두드린 중소기업이 1백여개로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다는 통계는 곧 출연연이 중소기업의 기술공급 젖줄임을 말하는 것이다.

역대 정권 아래서도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미흡은 거듭 지적됐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강력한 과학기술 정책과 지원이 요구돼 왔다. 새 정부가 과학기술처를 「부」로 격상시킨 것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그 기능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80년대 국내 대기업들이 외형적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등한시해 상품의 질에서나 경쟁력에서 외국에 뒤져 이후 수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도 기술력이 취약해 수출상품의 품목이 다변화하지 못하고 반도체 등 몇몇 주력 상품에만 의존, 한두 개 시장의 변동에 국가경제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기술 면에서는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 면에서는 개도국에 추격당하는 진퇴양난의 현실도 결국 기술개발 미흡에 그 원인이 있다.

정부나 기업 입장에서 당면한 경제시스템 개혁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나 비용 절감의 열풍에 과학기술 투자까지 줄이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허물어지고 성장 잠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IMF시대가 끝나고 모두가 재도약할 때 그 저력은 바로 과학기술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치열한 기술경쟁의 시대에서 기술개발 투자를 1, 2년 소홀히 한다는 것은 그 나라 국가경쟁력을 10년, 20년 뒤처지게 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새 정부가 100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기초과학 연구진흥기금의 확대」를 사문화시켜서는 안된다. 서둘러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또 「과학기술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정부 연구개발비를 내년에 총예산의 4%, 2002년에는 5%로 끌어올리기로 한 방침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간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비도 현행 평균 1.3% 수준에서 선진국 수준인 3% 내지 5%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출연연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 또 국가 차원의 기초과학 및 첨단연구에 차질이 빚어져 기술입국의 기반조성이 어렵게 된다. 기초과학과 첨단기술 분야에는 어느 나라건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우선 대덕연구단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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