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전화설비비 반환 배경과 파장]

한국통신(KT)이 안고 있던 「뜨거운 감자」 전화 설비비 반환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았다. 그동안 해결의 당위성은 높았지만 뚜렷한 묘수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 하던 설비비 반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통신이 새로운 전화 가입자 제도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통신이 찾아낸 「묘수」는 철저한 현실논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노림수 까지 숨기고 있다. 설비비를 반환하라는 여론의 압력과 공정거래위의 불공정 약관심사도 피해가면서 당장의 재원조달 부담도 덜어보겠다는 것이다. 또 해외자본 유치 혹은 지분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고 한걸음 나아가면 곧 등장할 제2시내사업자 하나로통신에 대한 「길들이기 전략」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통신 입장에서야 SK텔레콤처럼 한꺼번에 설비비 모두를 반환해버리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무려 4조4천8백억원(지난해말 기준 추정치)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을 조달할 길이 없는 것이 「묘수」와 「편법」을 찾게 만들었다.

더구나 한국통신이 최근 약 20% 가량의 지분을 해외 매각하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가들이 일제히 지적하는 것이 바로 「부채」로 간주되는 4조원 이상의 설비비 반환문제이다. 한국통신은 회계상 투명성 확보와 부채경감이라는 외국인의 지적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제도가 한국통신의 약관에만 적용돼 운영되어 왔고 이제는 이 약관 마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심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통신 발행 시내전화번호부에는 지난 97년판까지만 해도 「전화 해지시 설비비를 반환한다」는 안내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98년판부터는 이 내용이 아예 빠져 있다. 한국통신의 고민을 반영할 것이다.

한국통신이 찾아낸 묘수는 이밖에도 「하나로 견제」라는 원거리 포석도 담고 있다. 한통의 독점시장인 시내전화 사업에 뛰어 든 하나로는 가입비 3만원, 보증금 6만원을 내걸고 있다. 한통의 24만2천원에 비하면 「대단한 가격 경쟁력」이다.

하나로는 특히 1년간 연체 없이 사용한 우량고객에게는 1년후 보증금 6만원을 되돌려주겠다고 나섰다. 한국통신으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응책 마련을 서둘렀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가입자 제도변경을 해석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24만2천원의 설비비 가운데 가입비 명목의 10만원을 제외한 14만2천원을 돌려주면서 기본료는 2천5백원에서 5천원으로 인상하는 묘안이 나오게 됐다. 한국통신은 여기에 1만원(신설 여부는 불투명) 가량의 보증금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고 이 경우 기존 가입자는 13만2천원을 반환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입자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14만2천원을 일시에 돌려 받지만 기본료 인상을 감안하면 「돌려 받지 않은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웃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국통신은 새로은 제도가 시행되면 약 10%의 가입자가 해지 후 재가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 소요되는 예산은 1천억원이 넘는다. 현재의 한국통신 경영환경에서 1천억원은 전체 경영수지를 압박할 만한 큰 돈 이다.

한국통신은 그동안 엄청난 수익을 올린 대표적 우량 공기업이지만 그 대부분은 재투자에 쏟아붓거나 정부가 가져가 정보화인프라 지원자금으로 썼다. 이제와서 한꺼번에 4조원이 넘는 돈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71.3%)인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때 한국통신 주식으로 반환하는 방안을 거론했듯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통신 경영은 사실상 정부가 이끌어 온 것이나 다름없고 정부 역시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에 돌아가야할 매를 한국통신이 대신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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