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달러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에너지절약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에너지 자급도가 3%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지난해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쓴 돈은 2백75억 달러. 총수입액의 18.8%를 차지했다.
한푼의 달러도 아쉬운 지금,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이같이 많은 달러를 소비했다는 사실의 심각성을 이제서야 깨달은 정부와 기업, 가정은 「에너지절약」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소비 패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IMF시대를 맞아 정부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긴축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에너지 합리화 자금은 확대 편성하는 등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11.6%로서 경제성장률 7.4%를 훨씬 능가하고 있는데 이같은 전력수요 증가는 발전소 건설 등으로 이어져 막대한 발전소 건설비용의 추가발생으로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발전소 1기(1백만㎾급) 건설에 1조5천억원의 재원과 1백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며 건설기간은 8∼10년이 소요되는 되는데 작금의 상황은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는 투자가 불가능해 에너지절약은 현재의 위기를 보다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일반가정의 소비위축으로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에너지절약제품 및 관련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들은 산업체나 건물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를 대행하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건물 및 공장의 조명기기, 냉난방기기 등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진단, 재시공해주는 ESCO는 94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했으나 활성화하지 못하다 최근 IMF라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각광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ESCO가 활성화할 경우 자연스럽게 에너지절약기기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해 ESCO 전용 예산으로 4백억원을 책정하는 등 예년에 비해 더욱 강력한 ESCO 육성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 각 기업에서도 비용절감을 위해 ESCO에 에너지 사용진단 및 시설투자를 위탁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수요감소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들도 획기적인 에너지절감 효과를 지닌 상품개발 및 시판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가전 3사는 초절전형 냉장고 개발을 위한 전담팀을 가동, 절전형 컴프레서와 신소재 방열재 등을 개발해 전력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로 하는 등 절약형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품목에서 제외되었던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등도 하반기에는 표시대상품목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여 가전 3사도 그동안 냉장고, 에어컨 등에 집중됐던 절전기능 향상 노력을 이들 제품에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형광등, 안정기 등 조명기기 업계에서도 올 한해를 절전형 제품을 널리 홍보하고 판매확대를 꾀할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전기, 신광기업, 별표형광등 등 형광등업체들은 절전기능을 뛰어나나 홍보부족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몇 년간 판매가 지지부진했던 26㎜ 32W 형광등의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26㎜ 형광등을 시범 설치하고 있고 녹색조명운동 등을 통해 기업체들이 고효율 조명기기를 사용하기로 해 올해부터 이 형광등의 보급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업체들은 기존 백열전구보다 절전효과가 80%나 되는 전구식 형광등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긴 수명과 높는 절전능력으로 인해 수요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또 기존 자기식안정기에 비해 30%의 절전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자식안정기 시장도 에너지절약의식의 고양에 발맞춰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며 고효율 모터, 자판기, 인버터 등도 절전효과로 인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에는 반도체 등 생산현장에서도 에너지 낭비요소에 대한 재점검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오는 2010년까지 기존 사용 전력량을 50% 수준까지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일본 미쓰비시전기도 자사 국내 반도체 5대 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절감해 2000년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지난 90년의 75% 수준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반도체업계에서도 에너지절약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LG반도체가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프래너지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공장 전체 전력사용량의 5% 정도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LG반도체는 우선 제조라인6장비활용에 있어 낭비요소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기존 환경규격이 과연 최적치인가 판단하고 장비자체 문제점에 대해서는 장비업체에 개선토록 요구, 해마다 20억∼30억원 정도의 경비를 절감할 방침이다.
이같은 LG의 에너지절약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경우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업체는 물론 비용절감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산업체에 파급효과를 미쳐 에너지절약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에너지지절약이 시급한 당면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향후 정부의 에너지절약정책은 일시적인 에너지비용 감소보다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소비효율 표시품목의 단계적 확대와 함께 등급허위표시 등을 가려낼 수 있도록 엄격한 사후관리 및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ESCO를 적극적으로 지원,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전자업체들도 에너지가 곧 달러라는 인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절전형 제품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함을 물론이다.
이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에너지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가전기기 및 조명기기 등 전기사용기기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향상시키는 일은 이제 전세계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국내 전자업체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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