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SIMTOS 98] 세계4대 공작기계展 "우뚝"

국내 유일의 공작기계 전문 전시회인 제8회 서울국제공작기계전(SIMTOS 98)이 22일 여의도 종합전시장과 통일전시장에서 동시 개막, 27일까지 6일간 각종 첨단 공작기계 관련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회장 정재식)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5개국에서 2백20여업체가 참가, 국제간 신기술 및 정보교환을 통한 첨단 공작기계류 개발촉진으로 국제경쟁력 강화는 물론 공작기계시장의 수요기반 확대와 수출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3개국이 별도 국가관으로 참가하고 미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대만 등 세계 9개국의 공작기계 관련단체가 독자 부스를 설치, 치열한 자국 공작기계 홍보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외환위기로 인해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하락, 외국 바이어들은 종전의 반값 정도에 한국산 공작기계를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산 공작기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어 지난 96년 4천7백여명에 그쳤던 바이어의 내한이 이번 전시회에서는 1만명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공작기계협회측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회는 규모 및 관심도 면에서 유럽의 EMO, 미국의 IMTS, 일본의 JIMTOF에 이어 세계 4대 공작기계 전시회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기업들에는 내수시장 활성화와 수출증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요 출품품목은 공장자동화(FA)의 핵심이랄 수 있는 컴퓨터 수치제어(CNC)선반, 머시닝센터, 5면 가공기, CNC밀링기, CNC보링기, CNC연삭기 등 CNC 공작기계가 주를 이루며 레이저가공기, 방전가공기, 래핑기, CNC장치, 로터리테이블, 척류, 3차원 측정기, CAD/CAM, 리니어 모터 등 다양한 공작기계 관련제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전시품의 특징을 보면 국산 CNC 공작기계의 경우 기술적 측면에서는 과거 단순기능에서 선진국 전유물이었던 복합, 고급형으로 지연시간과 동작시간을 크게 단축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킨 머시닝센터가 다수 선보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수요자의 요구 및 수입선 다변화 해제에 대응키 위해 필요없는 기능을 없앤 콤팩트형 제품과 범용기계에 수치제어(NC)장치를 부착한 초저가형 단순 NC선반과 NC밀링도 출품된다.

또한 과거 수입에 의존했던 다축 자동선반과 유공압 부품, NC장치 등 국산화된 핵심부품, 초경공구에 비해 10배 이상 수명이 긴 국산 다이아몬드 코팅공구도 전시된다.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인 CNC장치는 최근 개방화 경향에 발맞춰 PC-NC(Personal Computer Based Numerical Control)를 많은 업체가 개발, 채택해 CNC장치의 PC-NC화가 급진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국산 공작기계에 비해 고속, 정밀도, 기능 등에서 보다 우수한 공작기계를 주종으로 출품했으며 고체촬상소자(CCD) 카메라를 이용하여 비접촉식으로 직경, 비틀림각, 공구의 압력각, 여유각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도 처음 공개했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서 흔히 「기계의 어머니」로 불려질 만큼 자동차, 전자, 전기, 정밀기계공업을 비롯, 전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생산설비로 한 나라의 기술수준을 평가하는 척도인 동시에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통한 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초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단지 공작기계산업은 수요처가 대부분 「생산공장」으로 제한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규모가 0.7%에 불과,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례로 지난 70년대 말 미국은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산업이 독일과 일본에 뒤진 후 미국과학재단에서는 근본적 원인이 생산기술의 경쟁력 상실에 있음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산­학­연 연구개발과 정부 지원정책에 의한 생산기술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력을 10여년간 해왔고 이의 결실로 미국은 최근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분야에서 다시 경쟁력 우위를 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도 최근들어 첨단 생산시스템의 구축 없이는 선진대열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인식아래 G7프로젝트 중 첨단 생산시스템 개발과제를 93년 이후 10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95년 말부터 4년간 중기거점사업의 일환으로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인 CNC장치 개발에도 뛰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선행지수」로도 불리는 공작기계산업의 내수경기가 국내 전산업이 본격적인 불황을 겪기 전인 96년 말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어 올해까지 부진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어서 자칫 산업기반이 와해될 우려마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화천기계, 기아중공업, 통일중공업, 두산기계, 삼성항공 등 국내 7대 공작기계업체들의 수주 및 판매 실적은 4천1백68억2천7백만원과 3천9백96억9백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4%포인트와 15.7%포인트씩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지난 92년 이후 처음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의 생산액도 지난 9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년대비 12.8% 포인트 감소한 8천5백억원에 그쳤으며 특히 매년 30% 이상 신장세를 지속하면서 공작기계산업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 NC공작기계 생산액이 전년보다 무려 17.2%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부진은 더욱 심화돼 내수만 보면 지난 2월말 현재 전년 동기대비 54.6%포인트나 생산이 줄었으며 재고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또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전체 공장가동률은 3월말 현재 7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작기계업계는 수출에 사활을 걸고 수출 총력체제에 들어가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연초 공작기계협회 회원사들의 올해 공작기계 및 부품, 소재 수출목표는 전년대비 59.4% 증가한 4억7천6백34만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사상 최고 수출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96년(4억2천8백48만달러)보다도 많은 것이다.

공작기계협회도 수출확대를 올해 주요 사업계획으로 정하고 해외 전시회 참가확대, 수출업체간 해외진출 협력강화, 해외 시장정보 조사 및 거래 알선, 해외 홍보책자 발간, 수출진흥회 개최 등 다양한 수출 진흥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공작기계업계가 올해 수출목표를 크게 늘려 잡고 수출 총력체제에 돌입한 것은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이 항공우주산업 및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지역 또한 통독 이전의 경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출시장 여건이 좋은데다 한국산의 대외 인지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환율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고 모든 업체들이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함에 따라 중국, 남미, 동유럽권 등으로 수출시장이 다변화하고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외국소재 국내기업들의 라인설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난 2월말까지 실적을 보면 공작기계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백1.3% 늘어난 4천9백66만5천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64.3% 줄어든 7천3백74만5천달러에 그쳐 그동안 국가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인식돼왔던 공작기계부문의 적자폭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작기계업체들은 전년 동기대비 89.3%포인트 증가했던 1월보다도 51.9%포인트나 증가한 2천4백72만2천달러어치를 2월에 수출한 데 이어 3월들어 수출증가율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계돼 이 추세대로라면 만성 무역역조 품목인 공작기계가 무역수지 흑자로 돌아설 날도 머지 않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요 품목별 수출실적을 보면 국내업체들의 주력 아이템인 CNC공작기계가 호조를 보여 CNC선반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85.3%포인트 증가한 3천9만2천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인 머시닝센터도 2백15.8%포인트 늘어난 9백89만달러어치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CNC공작기계와 범용 공작기계가 각각 63.8%포인트와 62.9%포인트씩 감소하는 등 전년 동기에 비해 64.3%포인트 줄어든 7천3백74만5천달러로 집계, 공작기계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등에 업고 그동안 압도적인 수입 초과형 구조에서 벗어날 때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작기계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각종 핵심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블록화에 따른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범용 공작기계 및 중급형 NC공작기계와 연삭기 등은 자체 설계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초고속, 초정밀, 복합 공작기계 설계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가공, 조립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나 소재산업의 낙후로 선진국과 동일한 방법과 설비로 열처리 하여도 내구성이 떨어지는 취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측정기술분야도 초정밀 측정기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고급형 공작기계의 경우 선진국은 주축회전기술에서 에어모터(Air Motor)와 HSK 툴링시스템을, 이송계에서는 리니어 모터(Linear Motor)를 적용하는 등 국내업체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중급형 공작기계는 이 분야 선진국인 일본과 거의 대등한 품질수준이며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 등에서도 당당히 일본과 경쟁하여 괄목할 만한 수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공작기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제품 설계에서부터 최종 수요자에 이르기까지 전공정을 일관 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단계별 공정에 대한 단가를 줄여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한다』며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 상승 등 수출호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외 또는 국내업체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확대, 대기업 수출시 중소기업과 협력수출 강화, 중소업체간 해외 공동 애프터서비스망 설치운영 등 업계의 공조체제 확보가 절실하며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경영목표를 정하고 수출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저가격, 고품질의 공작기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고정도화, 고속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PC-NC를 적용한 공작기계 개발에 주력할 경우 97년 현재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공작기계 생산실적이 오는 2005년에는 세계 5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효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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