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통해 정당 후보자들에게 정치방송 시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자고 FCC에 요청함에 따른 무료 정치방송시간 제공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대한 논의는 이미 96년 대통령선거 당시 캠페인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제기됐다가 정당간에 합의를 보지못해 선거법 개혁안에서 누락됐었다. 방송사들에게 추가로 디지털 채널을 허용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방송에 공익증진의 의무를 부과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이번에 다시 주목받게 됐다.
정치후보자들이 선거 캠페인을 위해 방송시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제안의 저변에는 선거비용 폭등의 주원인이 언론매체에 지불하는 광고비용 때문이라는 인식과, 사기업으로 규정되는 신문과는 달리 방송은 공중의 수탁물인 전파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공익증진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선거 캠페인 자금의 불법적인 조달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가운데 깨끗한 선거를 위해서는 선거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방송광고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무료정치광고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집단은 「디지털 방송의 공익증진에 관한 자문위원회(고어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디지털시대에 방송사에 어떤 방식으로 공익의무를 부과할 것인가를 목적으로 작년 말 구성됐는데 사실 출범 당시부터 무료 정치방송 시간 의무화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광고를 늘리는 것이 실질적으로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위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기도 한다. 무료 방송시간 제공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지 후보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이는데 그친다면 「공익증진」이라는 본래의 명분을 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통해 관련 규정 제정에 착수할 것을 FCC에 요청한 직후 FCC의 케나드 의장은 선거 캠페인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했다는데 공감을 표시하면서 선거 캠페인을 원하는 주정부 및 연방정부 선거 후보자들에게 무료 또는 할인가격으로 방송시간을 제공하도록 각 방송국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케나드 위원장이 관련규정의 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뒤 민주당 소속 FCC위원들이 즉각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과 반대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FCC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양당의 시각차이를 보여 주었다.
의회의 반발은 훨신 강경하다. 상, 하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오직 의회만이 방송사에 편성상의 의무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FCC의 월권행위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회의 동의없이 FCC가 방송사에 무료 정치시간 제공과 같은 의무규정을 부과할 경우 끌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하고 심지어는 FCC가 방송편성에 관한 의무규정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무료정치광고가 지금까지 정치 후보자 혹은 자발적인 후원자들에 의해 조달됐던 선거비용을 방송사,궁극적으로는 일반 시청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등을 이유로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방송계에서는 이미 법률에 의해 자신들이 정당후보자들에게 할인요율을 적용하고있음을 주지함으로서 추가 의무조항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반발때문에 FCC측은 고어위원회의 자문을 듣기전에는 구체적인 규칙제정 작업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올해안에는 무료정치광고문제가 법적인 형태로 완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료:동향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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