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통신 인력 실업대책

지난 18일 부산에서 처음으로 실직자 집회가 열린 데 이어 23일 서울에서도 실직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저 남의 나라 일인 줄로만 알았던 실업문제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작금의 실업사태는 현재의 경제활동 연령층들로서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비상사태다. 특히 우리 사회는 그간의 고도 경제성장 덕분에 「실업」은 있어도 「실업불안」은 없었다. 이로 인해 정부 역시 실업률 급증 사태를 관리하는 데 익숙치 못하다. 지난 수십년간 제대로 된 실업대책을 세워 집행해 본 경험도 거의 없다.

그런 정부가 다급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최근 부처별로 실업대책과 고용확대 정책을 봇물 쏟아내듯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단순 실업방지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시장의 구조전환까지 겨냥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관련대책이 특히 주목된다.

정보통신부가 주축이 돼 마련한 실업대책은 크게 실직자의 정보통신 재교육 지원과 이에 따른 고용확대로 구분된다. 물론 「정보통신 취로사업」이라는 70년대식 임시방편도 동원될 것이다.

정보통신부의 이같은 실업대책은 비록 정보통신이 첨단산업이라곤 하지만 IMF에 밀려 정보화 투자가 감소하고 설비투자가 위축돼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정부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올해 약 3만5천명이 신규 취업하고 오는 2002년까지는 모두 44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산업 부문에서 29만6천명, 정보화 진전에 따른 취업 14만5천명의 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인력수요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예년에 비해 크게 늘렸다. 실업자 재교육에 1백54억원을 투입하고 산업체 근로자 재교육에는 40억원이 투자된다. 특히 정규 교육기관 내실화를 통한 장기적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올해에만 6백82억원이 대학 등에 지원된다.

또 창업 촉진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벤처기업 지원에 5천억원 가까운 재원을 투입한다. 당장의 일자리가 아쉬운 해직근로자를 수용하기 위해 올해 5백58억원의 예산으로 정보화 취로사업도 추진한다. 2만5천7천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 사업의 대상업무로 행정자치부의 정부기록물 관리, 산업자원부의 산업정보 DB구축, 국세청의 소득세 징수액 집계 등 정부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실시하는 각종 정보화사업을 지정했다.

이같은 실업대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일부에서 제기된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정부발표만 믿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발길을 되돌리는 실업자들의 불신은 이미 참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원은 하겠다지만 정확히 돈을 주는 곳과 교육을 시행하는 곳이 어디인지, 또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발표된 지원자금은 엄청난 것 같은데 막상 해당 기업이나 교육기관에 돌아가는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은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실업대책이 실효를 거두고 나아가 백화점식 나열주의와 한건주의를 기대한 「대증요법」 이라는 비판을 비켜서려면 대국민 홍보를 더욱 강화하고 일선 창구에서도 「옥석」을 가릴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실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제공과 민원을 집중 처리해주는 원스톱 행정서비스도 검토해 볼 만하다. 그 자체가 정보처리의 실용성을 입증해 보여주는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을 지원한다고 개발 실익도 없는 아이템 제시업체에 자금을 대주고 서류뿐인 회사에 지원자금을 뿌리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부족한 재원을 여러곳에 분산 지원하기보다는 확실한 효과를 거둘 부분을 자신있게 선택, 집중 지원함으로써 투자효율을 높이는 정책의 경영마인드가 필요할 때이다.

실업자들은 단기적 자금지원보다 장기적 일자리를 원한다. 고용창출과 미래지향적 산업 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참신한 아이디어를 국민공모를 통해서라도 꾸준히 발굴해 나가기 바란다. 특히 노동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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