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예선 리그에서 일본이 한국과 함께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자 「울트라 니폰」 못지않게 이를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그룹이 있었다. 일본의 방송 관련 종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월드컵 예선 초반 홈 경기에서 숙적 한국에게 패한 뒤 부진을 거듭해 벼랑 끝에 몰려있다가 다시 한국과의 어웨이전 승리를 계기로 극적 부활하는 드라마틱한 모습은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NHK 등 일본 방송 관련업계와 관계자들은 누구보다도 절실한 안도의 한숨과 의미있는 미소를 띠며 그 순간을 즐겼다.
NHK 관계자들의 안도와 미소 뒤에는 하이비전 사업의 부흥을 꿈꾸는 현실적인 염원이 깔려 있었다. 하이비전은 NHK가 자사 독자 기술을 이용해 보다 화질이 뛰어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수년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분야. NHK는 전세계 고선명 TV의 주류가 최근 자사가 추진해온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투자비 회수와 사업 유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NHK는 지금까지 자사 위성 방송인 BS 채널을 통해 하이비전 방송을 일부 실시해 왔다. 웅장한 쇼 프로그램이나 일부 스포츠 경기를 하이비전으로 방송하면서 하이비전의 중흥을 꾀했으나 사업성면에서는 고전을 면할 수 없었다.
이러던 참에 축구 붐이 일면서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시청률을 보이는 월드컵 축구라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만약 예산 리그에서 탈락했더라면 하이비전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NHK는 최근 98 프랑스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초까지를 상정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가전업체들과 연계해 3월 초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물론 프랑스 월드컵 모든 경기를 고화질로 생중계한다는 선전 효과가 큰 방송 콘텐츠이다. NHK 측은 『월드컵 축구는 BS, 하이비전방송으로』 『BS는 모두 한다/BS월드컵축구 전 64시합 완전방송』이라는 선전 문구를 일부 지상파 방송 광고와 가두 프랭카드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대대적 광고와 더불어 가전업체들과 연계해 판매점의 안테나 등을 포함한 하이비전, BS수신기기 판매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도 이번 캠페인에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하이비전 방송 보급에 박차를 가해 왔으나 보급률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온 NHK는 프랑스 월드컵 축구에 거는 기대가 다른 누구보다도 크다.
일본이 최종 예선 호주와의 경기를 연장전 골든골로 승리하며 확보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은 NHK에게는 하이비전 방송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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