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고컴퓨터 활용 촉진책 세우자

작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떻게 정신차리고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그 기업의 보유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좌우될 것이다. 금융상의 신인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경험을 잘 활용하는 것도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국내 컴퓨터 하드웨어산업은 그간 대만산 저가품의 대대적 공세를 이미 받아왔고 가격경쟁보다는 기술경쟁으로 이를 극복해야 할 필요를 느껴왔다. 이제 원화가치의 폭락으로 해외 저가품의 시장침투는 오히려 어려워졌다. 물론 국내 수요 자체가 위축되기는 했으나 해외 저가품과의 피곤한 경쟁도 피하게 됐으니 이런 시기를 국내 산업이 저급기술부터 다시 다져나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요즘 국내의 중고 서버컴퓨터 하드웨어들은 처치 곤란한 물건이 되고 있다고 한다. PC는 개인 수요자들의 꾸준한 수요증가로 오히려 공급이 달릴 지경인 데도 부도기업 등으로부터 쏟아져나오는 서버급 이상 고급 기종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웃돈까지 얹어주며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하니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우선 아프터서비스(AS)의 허술함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대중적 소비재로 자리잡은 PC조차 AS센터에서 제대로 고장수리를 해주지 못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잖은 실정이고 보면 좀더 고급기술을 요구하는 서버급 컴퓨터의 경우 AS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중고품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아니할 수 없다.

또 기업에서 중고품을 매입한다면 대개 전담직원을 따로 둘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데 유지보수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없는 중고품을 선뜻 구입할 수도 없을 것이다.

중대형 벤더들도 일단 판매가 끝난 중고품의 경우 매출확대에 보탬도 안되는데 구태어 유지보수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며 대부분 관심밖의 일로 치부하고 있는데 이런 발상도 단견일 것이다. 신제품을 구입하는 고객 입장이나 중고품을 구입하는 고객이나 모두 제품의 유지보수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지만 특히 중고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바로 그 기업의 신제품에 대한 가장 확실한 잠재고객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중대형 컴퓨터의 대부분은 외국산이다. 따라서 외국 자본이 유입된 현지법인들이 판매를 맡아하고 있다. 그들 현지법인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토착화를 구호로 외쳐왔다. 그 토착화의 실상을 지금 보여줘야 할 시기다.

국내 기업들이 현재 경영상의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당분간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은 최신 기종을 구매할 여력이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여기서 주저앉지도 않을 것이며 그때 어떤 기업의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를 벤더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그래서 중고품의 수요가 일어날 수 있을 때 그들에게 충분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한다면 당장은 어려운 한국경제에서 자원낭비를 줄여주며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고가의 시스템을 헐값에나마 처분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관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타사 제품에 대해서도 유지보수 서비스를 해줌으로써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C의 고장수리 하나 속시원히 못해낸다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걷어내며 직원들의 기술적 훈련을 쌓을 기회도 마련된다는 적극적 사고를 가져볼 일이다.

컴퓨터는 90년대이후 가장 확실한 경제 생산성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그 활용수준이 저하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경제도 불황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가 없을 것이다. 일단 사용욕구에 불을 붙이며 소비를 창출하기 위한 우회로의 하나가 중고 컴퓨터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일 것이다. 기술의 저변을 넓히면 기술을 팔아야하는 기업의 미래 시장도 그만큼 넓어진다는 발상이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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