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전업계에서는 연간 1백40만대의 국내 전기다리미시장을 외산에 송두리째 내줄지도 모른다는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내 시장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싱가폴산 필립스의 전기다리미에 대해 10.68%의 낮은 예비덤핑율을 결정한데 대해 이 정도의 낮은 반덤핑관세율로는 국내 시장에서 버티기가 힘들다는 것이 국내 전기다리미업체들의 주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93년 26개였던 업체들이 올 1월말 현재 4개로 줄어들어 산업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내수시장 상황이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중소업체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반덤핑판정율이 낮게 결정된다면 전기다리미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국내 중소전문업체들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중소 전기다리미업체들이 이번 정부의 예비판정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반덤핑제소의 신청인인 코발트전기공업, 국제전열공업 등은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으로 덤핑방지관세 부과신청을 했지만 예비덤핑률이 예상밖으로 너무 낮다』며 『물론 덤핑률만 갖고 모든 산업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싱가폴 필립스에서 들여오고 있는 전기다리미 중 모델명이 HI-2xx으로 시작되는 스팀다리미와 건식다리미 4, 5종은 지난 95년, 필립스측이 국내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들여온 것으로서 싱가폴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와 비슷한 제품의 가격과 비교한다면 국내에서는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64.9%이상의 덤핑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상반된 정부의 예비판정은 실제 상황을 전혀 무시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반덤핑 제소를 준비하기 위해 국내 중소업체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96년부터 관련업체들의 컨소시엄을 구성, 의견을 조율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1년 반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또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외국 조사를 몇차례나 실시해야 했으며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 현지에 없는 모델들도 확인해야 했고 국내 수입가격, 유통가격, 유통마진 등도 일일이 조사해야 했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컨소시엄을 이탈하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도 몇몇 업체가 부도를 겪고 문을 닫기도 했다.
이같은 생존을 건 국내 중소 전기다리미업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에 대해 이번 정부가 내린 예비결정은 한마디로 국내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오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전기다리미업계는 지난 30, 40년간 지속적으로 전기다리미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오면서 핵심기술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바닥코팅기술, 스팀분무량, 디자인, 온도조절기 등 전 부문에 걸쳐 지난 97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국내외 제품 테스트 결과에서 외산제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이처럼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국산 전기다리미가 외산제품의 무분별한 덤핑판매로 국내 업체들의 큰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본조사 이후 내려질 정부의 최종결정에 이같은 상황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게 사업의 존폐기로에 서있는 국내 전기다리미업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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