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48)

힘.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해 있었다.

자신의 땅에 외국의 통신선이 깔리는 것도 모르던 당시와는 많이 변해 있었다.

아직 경쟁중이긴 하지만 중국의 통신현대화계획의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세계각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었다. 이번에 맨홀 화재로 인해 발생한 통신대란의 복구과정을 수행하면서도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힘. 그 힘이 그 많은 통신시설을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요람일기가 쓰여질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내용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체신과장 김철영이 어깨에 독수리를 얹고 있는 다나카와의 대화내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러시아와의 협약에 의해 전선의 영구 점유를 위한 국제적 기반을 확보한 일본은 이제 우린나라에서 본격적인 전신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기상전보의 실시를 요청하는 한편, 무선전신시설의 개설 등 전신사업상의 여러가지 특권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 무렵의 우리나라 통신시설은 청일전쟁 이전으로 복구되고 새로운 전신망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조선정부에서는 일본의 전신사업 특권 요구를 거절하고 일본 전신선의 조속한 철폐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전신선의 반납에 응하지 않았다. 반대로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운용중인 일본의 통신망을 통한 이용료를 내림으로써 그 이용도를 높였고, 급기야는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국제통신요금을 일본 국내와 같은 요금으로 개정하여 우리나라를 일본의 국내 통신권의 하나로 편입시키기에 이르렀다.

또 1900년에는 당시 조선정부에 압력을 가해 서울과 부산의 전보사에서 일본의 전보를 중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통신선이 우리나라의 통신선과 연접된다는 것은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 활용하던 통신선에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통신선과 연결되는 것으로, 상호간의 중계가 이루어져 우리나라의 통신선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일본의 통신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요람일기의 내용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다나카. 어깨에 독수리 한 마리를 얹고 있는 다나카와 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치밀한 계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정보를 빼내려는 일본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일본.

일본은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 통신현대화사업권 획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통신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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