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승강기 업계 4위인 동양중공업이 미국 오티스사와 승강기 제조 및 판매, 설치, 유지보수를 위한 합작법인 오티스코리아 엘리베이터사를 설립키로 하고 최근 조인식을 가졌다.
동양중공업과 오티스의 합작은 지난 95년부터 업계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 있었으나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이뤄지지 못하다가 추진 3년7개월만에야 결실을 맺게 됐다.
국내 승강기 업계는 이번 동양오티스 합작에 대해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95년 금성산전, 금성기전 합병이후 최대의 사건으로 평가하며 향후 시장 판도변화를 예측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티스코리아의 설립은 지난 96년 이후 국내 건축경기가 급격히 둔화됨에 따라 승강기 경기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동양중공업이 세계 최대의 승강기 업체인 미국 오티스사와 합작을 추진한 데는 동양중공업의 대규모 시설투자와 오티스의 한국내 실적부진이 맞물려 공존공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오티스는 국내에 한국오티스라는 이름으로 진출해 있었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지난 95년6월에는 경영난이 가중돼 미 오티스의 아태지역 총본부(PAO)가 지분을 모두 인수해 1백% 현지법인화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최근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승강기 업계는 조만간 오티스가 국내서 독자적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20일 합작법인 설립조인식을 가진뒤 스티븐페이지 오티스사장은 『그동안 오티스는 전세계적으로 평균 2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왔으나 한국에서만큼은 2%에 불과했다』며 발을 붙이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그는 이어 『한국의 승강기 시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공략을 위해 한국에 진출하게 됐다』며 국내 시장 석권은 물론 아시아지역 승강기 시장공략을 위한 베이스 캠프로서의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오티스코리아와는 별도로 한국오티스는 앞으로도 계속 존속돼 화물용 승강기 생산, 판매, 설치를 담당한다.
동양중공업도 「악어와 악어새」처럼 적절한 파트너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경기도 시화에 월 3백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70여명의 인원이 근무할 정도로 자동화율이 높은 첨단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함께 기술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는데, 스티븐페이지 사장은 『기술이 우수한 엘리베이터 전문기업』이라고 선택이유를 말했다. 이에따라 동양중공업의 자본금은 5억원이지만 오티스측은 공장 등 자산에 2백35억원의 가치를 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중공업과 오티스의 합작법인 설립은 신기술 도입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오티스측은 『오딧세이를 비롯해 리니어엘리베이터, 더블데크엘리베이터 등 최신 기종에 대한 기술도 오티스코리아에 이전해줄 계획』이라며 『모든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합의가 실현되면 LG산전, 현대엘리베이터 등 경쟁업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유지해왔던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지켜나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동안 오티스사의 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의 경우 가격이 비싸 경쟁력이 뒤쳐졌으나 합작법인이 동양중공업의 공장과 영업망을 이용해 생산, 판매하게 되면 제품 및 가격경쟁력을 발판으로 조기 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티스코리아의 초대 회장을 맡게 될 원종성 동양중공업회장은 이번 합작과 UTC그룹의 동양에레베이터 주식매입과 관련해 『IMF시대에 외국 자본 유입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앞으로는 전문기업만이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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