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통신용 소프트웨어인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큰사람정보통신이 허위서류를 작성해, 정보화촉진기금을 대출받은 혐의로 지난 6일 회사 대표인 이영상 사장 등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업계 안팎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그동안 업계에 공공연히 떠돌던 정부지원자금 편법 유용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과 정부의 지원자금 운영이 갖고 있는 맹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관련업계에서조차 이번 사건과 같은 정부자금 편법대출이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으며, 여기에는 정부의 자금운용 방식도 업계의 유혹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그동안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큰사람정보통신은 지난 97년 12월 정부로부터 4억5천6백7십만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장비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던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와 관련, 큰사람정보통신은 지난 6일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97년 4월 승인받은 대출금의 신청 마감일이 임박해오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이야기네트 사업이 자칫 물거품이 될 상황이 벌어져 편법을 사용하게 됐으나 처음부터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계획적인 일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그러나 허위로 서류를 작성한 것은 사실인 만큼 이로 인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는 밝혔다.
큰사람측은 『다른 용도로 이용할 생각이 있었다면 97년 4월에 이미 승인된 6억원 상당의 금액을 그당시 바로 빼서 썼을 것』이라며 『마감시한이 임박해 장비구입을 서둘렀지만 당시 라우터 등 일부 장비가 극심한 시장 품귀현상을 보였고 그나마 현금결제 조건만으로 되어있는 등 마감시한을 지키기가 어려워 조급한 마음에 편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대출받은 자금은 회사 법인통장에 그대로 입금돼 있으며 항간에서 제기되는 일부 의혹내용처럼 재테크에 유용한 것을 절대 아니다』라며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이야기네트 사업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게 돼 무리하게 이번 일을 벌이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현재 이 회사 법인통장에는 총 5억여원이 입금돼 있으며 보통예금 계좌와 저축예금 계좌에 분산예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큰사람측은 이번 사건을 통해 치밀한 계획없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안일한 경영을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문제가 닥치자 뒤늦게 편법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러나 정부도 자금대출에 있어서 업체의 집행내역에만 근거해 집행해 왔으며, 이번 시설자금 대출과 같이 업체의 설비구비 이후 이를 바탕으로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해줌으로써 업체의 편법운용을 조장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정책상의 허점을 지적받고 있다.
비슷한 사례를 겪은 관련업계들이 『이번 사례와 같이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이 병행해야 하는 경우 개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프로젝트의 불가피한 지연 등은 정부에서 충분히 검토, 분석해 시한 연장 등을 고려해 줘야 한다』는 동정론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큰사람정보통신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자금신청 계획서에 올렸던 관련장비를 단계적으로 구입해 테스트해왔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최종 완료된 후 이에 맞는 적절한 장비를 구입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결실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으며 통신소프트웨어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통신서비스 사업과 미국, 일본 등 눈앞에 두고 있던 해외시장 진출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한편 업계에서는 『컴퓨터통신 이용자라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큰사람이 그동안 소프트웨어업계에 기여해온 점이 컸다』며 새 정부의 기본정책이 벤처기업 육성인 만큼 은행대출 없이 성실히 기업경영을 해온 중소기업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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