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화두는 「수출」이다. 수출만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에서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길로 제시되면서 기업마다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기업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수출확대에 두고 이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과 고금리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기업이 살 길은 수출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도 달러 부족으로 비롯된 국난을 극복하는데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이 최선이라고 보고 각종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전자, 정보통신업의 수출확대 방안과 업계 전략을 부문별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경제 수렁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수출뿐이다.」
달러 부족으로 비롯된 국가부도 위기를 넘기면서 돌입한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것이다. 더구나 국가경제난이 전반적인 국민경제에 파급되기 시작하면서 올들어 실물경제로까지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 정리해고 등 실업대란과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예견되는 올해 우리 경제가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가. 우리 경제구조는 「수출 확대무역수지 흑자 확대설비투자 증가성장 고조고용 확대」이라는 순환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답은 수출을 되살리는 길 밖에 없다.
고환율이 유지되면서 수출 여건도 좋아지고 있어 수출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 기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질좋고 가장 싼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어느나라 할 것없이 시장개척을 통해 가장 좋은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올들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업체들의 수출확대에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상품의 수출을 통해서만이 달러를 모을 수 있고 그래야만 IMF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외채를 상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무역수지 흑자 뿐이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는 또 국가 대외신인도를 높이데 결정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와 업계는 급기야 14년만에 대통령 주재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부활시키는 등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차기정부는 수출확대가 나라경제를 살리는 관건이 된다는 인식아래 그동안 통상산업부에서 맡아오던 통상업무를 외무부로 이관, 외무와 통상의 상호협력을 통해 수출에 걸림돌을 제거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산업진흥업무만을 맡게된 산업자원부(현 통상산업부)는 무역과 외국인 투자 진흥업무를 중심으로 수출지원에 나서도록 하는 등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최근 「무역진흥 종합시책」을 마련, 정기적으로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가수출, 투자촉진 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을 대통령 당선자에게 건의했다. 이와 함께 금융 및 외환애로 타개, 수출경쟁력 강화, 수출구조 개선, 무역인프라 확충, 상업적 통상활동 강화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수립, 강력히 시행키로 했다.
정보통신부도 정보통신업계의 해외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대책수립에 나서는 등 수출총력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연불수출금융을 확대하고 체신보험기금을 은행에 장기예탁, 은행에서 해외진출업체에소요자금을 외화로 대출해주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각 재벌 그룹들도 국난 극복을 위한 처방으로 외화벌이에 본격 나서고 있다. 각 그룹 회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수출확대책을 강조한데 이어 수시로 해외 영업력을 체크하고 있다. 대기업 뿐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등의 수출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올해 최우선의 경영목표를 수출확대에 두고 이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IMF시대로 통칭되는 최근의 경제난 속에서 「내수는 없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올해 수출목표를 대부분 지난해보다 15~30%씩 늘려잡았다. 뿐만 아니라 조직도 수출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춰 바꿨다. 또 반도체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효자 수출품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들이 한결같이 98년도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수출확대에 두고 있는 것은 수출이 국가경제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 생존차원에서도 절대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내수부진과 고금리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기업이 살 길은 수출을 늘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 밖에 없다는 절실한 자각에서이다. 한마디로 수출확대의 필연성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전자공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10.4%늘어난 총 4백66억2천3백만달러, 수입은 지난해보다 2.8% 증가에 그친 3백5억1백만달러규모로 올해 전자산업의 무역수지는 총 1백61억2천2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을 부문별로는 반도체가 전년대비 9.0% 늘어난 1백93억3천1백만달러, 가전제품이 67억1천9백만달러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부품 84억8천9백만달러, 통신기기 32억1천만달러, 전자응용기기 16억7천2백만달러, 컴퓨터 72억3백만달러 등이다. 정부가 올해 국내 전산업의 총 수출목표를 1천4백억달러 규모로 잡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 목표치를 1백억 달러 내외로 책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수출호조 여부가 국내 경제의 회생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은 이같은 무거운 책임에 답을 하기라도 하듯 수출확대 의지가 대단하다. 삼성전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글로벌사업부제 도입, 반도체, 정보통신, 정보가전 등 총괄담당대표이사가 직접 수출 전선에 나서는 등 수출드라이브 경영으로 올해 수출을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1백30억달러어치 달성한다는 것이다. 또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무역수지 4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워놓았다.
현대전자는 올 매출 목표 6조원중 수출부문의 매출을 4조원으로 책정해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LG전자도 올해 수출목표를 작년보다 20%늘린 35억달러로 책정하고 세계를 권역별로 차별화하여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지역과 독립국가연합(CIS), 중국, 인도 등 승부지역, 중남미와 중동, 동남아 등 성장지역으로 각각 나눠지역별로 맞는 제품을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대우전자는 수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올 상반기중 국내영업 부문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떼어내고 생산, 개발을 수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할 작정이다. 또 해외판매법인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한마디로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올들어 전사조직을 수출형으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사장단을 해외현지에 내보내 수출전선에서 뛰게끔하고 있다. 각국의 대형거래선과 지역을 방문, 현장을 점검케하는 것은 물론 현지 거래선과 수출상담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전자업계는 또 80년대 수출주력품이었던 가전제품의 수출 재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가전제품의 수출목표를 전년대비 15% 늘린 30억달러로 잡았다. 대우전자도 생산품의 수출비중을 지난해 75%에서 올해는 88%로 늘리는 등 가전제품 수출을 전년대비 49% 늘어난 34억~35억달러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가전3사는 내수부진으로 가동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내수용 생산라인을 수출용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단말기가 어느 선진국 제품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아래 수출 포문을 열고 있다. 통신장비업계는 이를위해 여러곳에 흩어져 있던 수출조직을 통합해 강화하거나 수출지역 다변화를 꾀하는 등 구체적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CDMA단말기도 외화획득의 효자상품으로 부상시키기위해 업체마다 나름대로 수출전략을 수립,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 첨단신제품인 DVD 등 멀티미디어, 계측기, 소프트웨어, 영상프로그램 등 특정분야 특정제품할 것 없이 수출가능한 제품은 모두 수출하겠다는 게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의지다.
이같은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수출 우선 방침에도 과제는 많다. 무역협회가 최근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97년 수출경쟁력조사 」를 실시한 결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고작 26.9%에 불과했다. 환율인상에 따른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회복됐다고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고 원가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부품국산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중소 부품업체 육성이 기본이 되고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부품업체간 부품국산화를 위한 협조체제를 갖춰야 한다. 우리 기업 스스로 협력하지 않으면 수출확대 전략을 통한 해외시장 공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외화벌이보다 남 좋은일 시키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수출확대를 위해 수출의 발목을 붙잡는 각종 장애물을 먼저 제거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들어 환율폭등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깨질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전선에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불안으로 야기된 높은 금리가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압박해 경쟁력을 깎아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장 수출입금융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 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50%가까이 오르면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졌지만 곧바로 수출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이나 환율변동위험을 이유로 수출신용장을 매입해주지 않으면서 호황을 누려야 할 수출기업들이 오히려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또 달러 부족을 이유로 수입신용장 개설을 기피, 수출용 원자재 조달에 커다란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 역시 신용장 방식의 수출환어음을 전량 매입토록 지시했지만 동남아국가들의 외환위기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는 은행들은 여전히 강건너 불보듯하고 있다.
종합상사 등 무역업계는 국내 전자업체들의 수출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다팔 물건이 별로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상품 점유율이 미국시장에선 작년에 3%대까지 떨어졌고 일본시장에서도 경쟁국에 밀리면서 5%대에 그치고 있다. 우리기업들이 주력 상품없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하다가 중국과 동남아산에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덤핑시비, 국제시장 가격하락 등으로 아려움을 겪고 있고 가전제품도 마진율이 거의 없어 사양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하지만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제품의 경쟁력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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