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알고자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적욕망은 매우 높다. 주위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을 경우 주변 친지를 통해서 그 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병이며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은 물론 여러 책을 정독하는 등 그 병에 대한 궁금증을 완전히 풀어낼 때까지 노력하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때문에 자기자본비율(BIS)이나 모라토리엄, 콜 금리 등에 대해 많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들의 일상 대화에는 경제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알고자 하는 욕망은 똑같이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는 물론 다른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예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우리가 짧은 시간에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국민전체가 우수한 인적자원이라는 사실과 이들의 알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부지런함이 밑바탕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따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고쳐야 할 중요한 습성이 생겼다. 모든 것을 너무 빨리 이루고자 하는 성급함이다. 심지어 한국인이 가장 지루하게 느끼는 것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고 두번째가 「횡단보도에서의 신호 대기」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 속에는 이러한 성급함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망국병이라 불리는 과외도 따지고 보면 짧은 시간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성급함 때문이고, 어떤 기업이 무슨 업종에서 돈을 벌었다 하면 모든 기업이 그 업종에 몰리거나 어떤 직종이 유망하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그 직종을 선호하는 것도 결국은 모든 것을 단시일에 이루려는 성급함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러한 성급함보다 은근과 끈기임을 주지해야 할 것 같다. 끈기와 인내로 우리에게 닥쳐온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잘 관리해 미래에 대비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웹의 역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배니버 부시라는 사람이 웹과 유사한 기반구조를 제안했고 60년대와 70년대에 하이퍼텍스트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후 컴퓨터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웹과 같은 모습이 나오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와 같은 성급함과 조급함으로 뒤덮여 있는 사회 풍토라면 웹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50년 동안 하나의 테마를 두고 한 걸음씩 연구를 진전시키는 느긋함과 여유가 결국 오늘날 세계를 바꾸는 인터넷 웹의 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보통신분야도 이제는 성급함을 버려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해 너도나도 똑같은 프로젝트, 비슷한 사업 아이템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 결과는 이미 IMF시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체감하고 있다. 기업과 학교, 정부와 민간 모두가 장기적 안목에서 기초를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상명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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