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계속된 유통업체들의 잇단 도산으로 국내 소프트웨어(SW) 유통망이 붕괴되면서 SW개발사들이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IPC, 아프로만, 세양, 큐닉스컴퓨터 등 대형 SW유통업체들의 부도로 유통망이 붕괴되고 이들 유통회사가 보유한 SW제품들이 덤핑물건으로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최근 가뜩이나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SW개발사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유통망의 붕괴로 쏟아져 나온 SW 덤핑물량은 정상적인 거래상태에서 유통업체가 매입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렇게 쏟아져 나온 덤핑물량은 개발사들의 신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 SW개발업체들의 개발의욕을 꺾고 있다.
더군다나 SW개발사들은 최근 대다수 유통업체들이 제품판매 이후 일단 대금을 정산하는 「위탁판매방식」으로 거래방식을 변경하고, 세진컴퓨터랜드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재고정리를 위해 신규 물량납품을 꺼리고 있어 판매돌파구마저 상실한 상태다.
SW개발사는 이와 함께 국내 소프트웨어 3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정부 구매물량이 정부예산 축소 및 미집행으로 줄어든데다 PC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번들조달 규모를 줄이고 있어 PC번들시장까지 위축되는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열림커뮤니케이션의 방갑용 사장은 최근 『「내가 꾸미는 동화마을」 등 2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용산에 공급을 타진했으나 덤핑물량이 많아 1만원을 넘어서면 아예 팔리지 않는다며 5천원 코너에 공급할 수 있느냐고 제의해 거부했다』며 『현재는 정부의 교육용 SW 구매계획에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고, 교보문고 등 일부서점과 까르푸 등 대형 할인양판점으로 판매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어공학연구소 정성자 인터넷사업팀장도 『유통업체들이 전에는 어음이라도 줬는데 지금은 위탁판매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위험부담이 높다고 판단돼 납품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사이버트랜스 2.0」 등 3종류의 제품개발을 완료했으나 당분간 출시를 보류하고 시장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피코소프트의 유주환 사장은 『세진컴퓨터랜드를 통해 위탁판매하고 있으나 물량 자체가 적어 자체판매 방식이나 대기업의 컴퓨터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등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CD롬유통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시스텍의 김명호 사장은 『현재 게임 이외에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일반 타이틀시장은 급속히 퇴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금거래가 일반화돼 있는 등 유통업체들 자체도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우선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게임SW 판매에만 몰두하고 있어 교육용 타이틀이나 일반SW 판로개척 등 유통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통기능 활성화를 위한 지원대책이 시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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