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들의 구조조정 방안이 속속 발표되면서 그동안 여러 계열사별로 영위해온 시스템통합(SI)사업의 통폐합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삼성, 현대, LG, 코오롱, 한진 등 대그룹사들은 그룹내 전산통합관리(SM)를 맡아 하는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대우정보시스템, 코오롱정보통신, 한진정보통신 등의 「간판업체」 외에도 유관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그룹별로 많게는 5∼6개에 이른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 시스템 판매만 주력하는 계열사도 적지 않고 주력시장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전혀 달라 중복이나 유관의 의미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공공시장에서 계열사간 수주경합을 벌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해 SI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이들 업체간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왔다.
이번 그룹사들의 구조조정 방안이 SI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바로 IMF체제 대응을 위해 한결같이 「유관사업의 통폐합이나 매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그룹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현대는 구체적인 업종과 계열사는 거명하지 않은 채 자립경영이 불가능한 계열사를 합병, 매각 등의 방법으로 단시일내 정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현대정보기술의 누적적자는 약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의욕적인 투자로 인해 야기된 손실이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수 없다. 이 때문에 현대전자와의 통합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는 터여서 현대정보기술 내부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의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같은날 LG도 경쟁력을 우선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 아래 비주력사업의 정리를 가속화하고 아웃소싱을 활성해 나갈 방침임을 천명했다. 국내 SI업체 가운데 비교적 가장 안정적인 업체로 꼽힌 LGEDS 역시 그간 미국 EDS와의 관계정리를 모색해온 중이어서 이번 발표를 놓고 억측이 분분하다. 현재 LG 내부에서는 LG의 지분을 미국EDS로 넘기고 SM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영역별로 각기 차별화돼 수행해온 SI사업을 무조건 통폐합 경우 아웃소싱 없이 시스템 공급에서부터 구축까지 모든 사업을 한곳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대외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할 삼성, 대우 등도 유관사업의 통폐합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SI사업의 통합화 현상은 올 한해 SI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매출 부풀리기식 영업에 주력해온 SI업계의 행태변화는 물론 대기업 집중현상이 두드러졌던 SI시장 판도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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