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해태전자 이용규 대표이사

96년 11월 오디오 전문업체 인켈과 전화기 전문업체 바텔을 인수해 종합전자회사로 변신한 해태전자. 당시 해태전자는 업종이 다른 3개 회사가 결합한 특이한 사례여서 전자업계로 부터 관심을 끌었다. 해태전자는 오디오와 정보통신 분야로 의욕적인 사업을 전개하다 지난해말 그룹 부도와 함께 좌초돼 또 다시 전자업계의 걱정어린 관심을 받게 됐다. 해태전자는 최근 금융권으로 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해태전자의 사령탑을 맡은 이용규 대표이사를 만나 해태전자의 올해 사업전략을 들어봤다.

대담=가전산업부 양경진 부장

-반갑습니다. 우선 대표이사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대표이사직을 맡아 어깨가 더 무거운 느낌입니다.

-전자업계가 해태전자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지난해 11월 부도 이후 해태전자의 향배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만.

▲우선 해태전자의 주주들과 여러 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해태전자는 해태그룹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금융권에서 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미 4백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바이어들도 적극 지원 나머지 추가 자금은 이달 안으로 지원받을 예정이어서 회사 정상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저희 해태전자 임직원들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구노력을 세우고 있어 곧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룹 부도사태에 대한 의견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11월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화의 및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만 금융권의 협조융자와 각 계열사들의 자구노력으로 지금은 화의와 법정관리를 철회하고 경영활동을 정상화하고 있습니다. 해태전자도 군살빼기에 힘을 쏟아 3사 합병 당시 3천8백여명이었던 직원들이 지금은 2천3백여명으로 줄어 1인당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봅니다.

특히 오디오 부문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수출환경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해외 바이어들은 해태전자의 가능성을 믿고 자재 구매까지 대신해 주며 생산을 독려하고 있을 정도여서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태전자를 포함한 그룹의 각 계열사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으로 수익성 없는 한계사업 철수 등 가벼운 몸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해태전자는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인 인켈, 바텔, 셔우드 등 상당수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어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데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말 미국 소비자 전문잡지인 「파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세계 1백대 신제품 가운데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돌비 디지털(AC3)과 DTS(Digital Theater System)기능을 탑재한 셔우드 브랜드의 AV리시버 「R 945」와 타가 브랜드인 가스순간온수기가 선정돼 해외시장 개척에 청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며 종업원들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그룹에서 해태전자를 매각한다는 소문도 있었죠.

▲그룹이 부도났을 당시에는 그같은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룹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경영전략은 가능성 있는 분야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도 회생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전자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최근 수출환경도 호전되고 있어 해태전자가 그룹의 채무구조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도 이같은 전자산업의 매력을 그룹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룹에서도 중요성 인식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 해태전자의 사업계획 기본방침은 「경쟁가치 창조의 해」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크게 네 가지 방안을 적극 추진할 예정입니다.

첫째, 올해에는 수익성 위주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해태전자의 사업구조 또한 대대적인 혁신을 할 계획입니다. 이제 기업활동의 근간은 성장이 아닌 생존입니다. 무리한 사업확장보다는 규모에 맞게 살림하며 내핍생활을 해야 할 때입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강화해 우리 회사의 역량과 스타일에 맞는 경영정책을 펴가겠습니다.

둘째,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해 회사의 한정된 자원을 유망한 사업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셋째, 내수중심에서 벗어나 수출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환율에 의한 수출 경쟁력이 높아가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수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시장의 위축에 따른 내수성장 정체, 현재와 같은 유통구조에서 채권의 증가 등은 앞으로는 남고 뒤로는 밑지는 것인 만큼 내수보다는 수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자 합니다.

넷째, 해태전자의 핵심역량을 마케팅과 연구개발(R&D)에 맞추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R&D 능력을 갖춘 마케팅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R&D와 마케팅은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역량이며, R&D와 마케팅 능력이 있는 기업은 생존은 물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해태전자가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환율급등 현상 등 요즘이야말로 해태전자가 수출위주 전략을 추진하는 데 적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올해에는 경영목표를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출액 7천억원, 세전이익 70억원, 1인당 매출액 3억원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bps인당 매출액 3억으로 -현재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원자재 수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로 인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고 수출주문의 증가추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국내 협력업체들의 도산과 해외 부품수입을 위한 신용장 개설 등이 원활하지 못해 호기를 놓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원자재 문제가 해결돼야 제조설비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회사의 경쟁력도 회복될 것입니다.

또한 전자분야에서는 업종 성격상 대기업과 중소기업들간의 협력관계가 돈독해야 국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혼란에 빠지고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원자재 수급 문제와 함께 중소업체들과의 협력관계 구축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3사 통합 이후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성장해온 문화가 전혀 다른 3사가 통합을 했으니 문화적 충돌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나름대로 물리적인 통합보다는 문화동질화에 주력했습니다. 이제는 통합의 꽃을 피울 때가 됐는데 한국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으로 인해 현상황을 맞이한 것 같아 착잡할 뿐입니다.

품질수준 향상에 전력 -2000년대 해태전자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첫째, 글로벌차원에서 매출규모 등 회사의 외형보다는 기업이미지, 브랜드이미지와 제품의 품질수준에서 전세계적으로 10위권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둘째, 2000년대에 국내 5대 전자회사로 성장할 방침입니다. 물론 글로벌차원과 마찬가지로 외형보다는 품질과 고객만족에 주력하겠습니다.

셋째, R&D력을 갖춘 마케팅 기업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국내 오디오 및 통신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공존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처럼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국내 오디오 산업과 통신산업도 전반적인 국내 산업과 함께 구조조정기를 거치고 있다고 봅니다.

국가의 모든 역량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해 수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업체만이 생존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산업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술적으로나 시장상황 면에서 정보가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디오, 비디오,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각 기능의 융합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는데 이때 정부가 국가 역량을 투입해 선택과 집중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리=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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