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해외 전문가 특별기고]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CEO 사장

인터넷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이제 인터넷 없이 비즈니스를 하고, 인터넷 없이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과연 다가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 80년대 후반들어 네트워크 부문을 주도해온 미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48, 사진)은 인터넷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50%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오는 21세기가 되면 인터넷이 회사의 존폐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스코의 챔버스 회장으로부터 인터넷을 위주로 한 네트워크의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인터넷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다. 기업이 이용하는 인트라넷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와 기업 네트워크가 하나가 되는 엑스트라넷 모두를 포함하지만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구태여 말하자면 인터넷은 전세계에 분포한 모든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인터넷은 인간 삶의 구석구석을 변화시킨다. 우선 기업내 업무방식이 바뀐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보다 앞서갈 것이며 나아가 회사의 존폐까지도 인터넷이 결정한다. 또한 우리가 상상하는 여가생활이 우리의 자녀들에게는 현실로 나타나게 되고 자녀들의 학습방식도 크게 바뀌게 된다.

인터넷이 업무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생각해보자. 인터넷은 마치 산업혁명처럼 빠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돼 서유럽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확산됐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이나 삶, 놀이방식을 변화시켰다. 어떤 직업이 장래성이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기술을 가져야 할지 등을 결정했다. 단지 기계와 공장 노동자를 함께 묶은 것뿐이라고 생각됐던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 자체를 변화시켰다.

2백여년 전에 일어난 이 혁명을 수용하는 능력에 따라 인간들이나 기업들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동했다. 인터넷혁명도 산업혁명과 다르지 않다. 사람과 정보가 하나가 돼 전세계에 가상경제를 만들어내면서 문자 그대로 네트워크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이 혁명의 효과는 산업혁명이 이뤄낸 것과 같거나 그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인터넷시대 변화의 실체는 전반적인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4세대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면서 테크놀로지 분야는 이전 세대에 비해 극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미니컴퓨터의 뒤를 이어 메인프레임이, 이어 데스크톱과 클라이언트 서버, 그리고 PC와 근거리통신망(LAN)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등 네트워크 시대라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도래할 변화의 폭은 아마 이전 3세대까지의 기술을 합한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날 것이다.

네트워크는 거의 업무용이다. 미국의 경우 오는 2000년까지 64만개 소규모 기업중 25%가, 중간규모 기업의 50%가 인터넷 등 네트워크에 연결될 전망이다. 이들 중소규모 기업들은 보다 큰 기업들과 연결될 것이다. 물론 대규모 기업은 대부분이 2000년까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혹은 독일 등 국적에 상관없이 기업들은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대규모 회사일수록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다.

네트워크는 조직내 계층을 없애고 노동력을 강화시킨다. 노동력의 강화는 정보에 접근, 자신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인가를 알게 될 때 가능하다. 그러므로 네트워크를 이용할 줄 아는 회사야말로 발전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업들은 50% 이상의 평균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다가오는 10년은 인터넷이 핵심적인 생산성 향상의 도구가 될 것이고 아마도 회사의 존폐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제조업 부문에도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증가한다.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은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과 시의적절한 시장대응을 위해 필요하다. 20년 전에는 자동차를 개발, 생산하는 데 8년 정도가 걸렸다. 이제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5년, 3년으로 단축했다. 심지어 미국이나 일본의 기업은 이를 1년 이내로 줄였다.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 장치 없이 이러한 일들을 해낼 수는 없었다. 전체기업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퍼져 있는 다양한 엔지니어링 그룹과 제조부문을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통합해 동일한 정보에 주요 공급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결과다. 이를 완료하고 최대의 생산성과 시장에 대한 최적의 시의성을 확보한 기업은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해내지 못한 기업은 이와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기업부문을 살펴보자.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한 지역 내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했을 때 원하는 제품을 얼마나 잘 안내할 수 있고 제안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경쟁우위가 결정됐다.

수천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고 수백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대형 서점의 예를 들어 보자. 네트워크가 이 서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이 서점의 최대 경쟁상대는 Amazon.com 이라는 온라인 서점이다. Amazon.com은 2억5천만권의 서적과 관련정보를 갖고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서점을 통해 직접 서점에 가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 온라인 서점에는 기존의 서점들은 얻지 못하는, 예를 들면 직원 수나 실질적인 제품구비 현황 등의 정보획득에서 이점이 있다. 온라인 서점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판매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정도만 걱정하면 된다.

이러한 원리는 자동차처럼 가격이 높은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금처럼 자동차 구입에 따르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려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구입할 차량의 색상과 보험의 종류 등을 마음속에 결정하고 매장으로 향했다 해도 자동차 판매원은 귀찮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가며 많은 제품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하면 이같이 귀찮은 과정없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 자동차 판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의 경쟁력 있는 판매방식은 소비자들에게 더욱더 많은 서비스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는 이처럼 온라인 쇼핑을 비롯해 대화형 게임, 주문형 비디오, 원격진료, 원격학습을 보편화한다. 네트워크를 이용할 경우 교육이나 오락, 문화, 그리고 일반 가정생활까지 발전과 변화의 영향권 안에 포함될 것이며 그런 날도 멀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의 최대 기회는 기업 대 기업 분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매, 주문처리, 유통, 고객서비스 등 수백만명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매일 수행하는 일상적인 작업 속에서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구매 등은 상거래의 기본 구성요소를 형성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수백만 시간의 노동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 이런 작업이 좀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기업은 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기업들이 인터넷을 거래비용을 줄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기업들을 연결해주는 전자시스템이 제공돼 왔지만 이 시스템들은 대개 고가의 사설 데이터망이나 맞춤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했다. 이 가운데 전자적 문서교환(EDI)이 가장 유명하다. 이전에 발표된 다른 시스템들과 마찬가지로 이 제1세대 전자통신시스템은 대기업이나 대기업의 주요 납품업체 일부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공개 소프트웨어 표준을 갖고 있는 인터넷 기술은 사내 기업망을 더 저렴하고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 규모에 관계없이 외부업체와 전자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소규모 업체들도 네트워크화한 상거래 시스템을 채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분야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하이테크 업체들이지만 앞으로는 일반업체로까지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델컴퓨터는 지난 96년 7월부터 웹을 통해 PC를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는 인터넷을 통해 매일 1백만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델은 자사의 PC 판매가 대부분 기업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한 판매에서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오는 2000년 전자상거래시장은 9백50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고 이 가운데 기업간 거래가 9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거래의 대부분은 웹 기반의 인터넷 기술을 구현하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제 문제는 급속도로 변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인간의 문화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인간이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희망한다면 변화에 대한 훈련을 하고, 특히 대화를 자주 나누라는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터넷은 물론 이를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앞으로 네트워크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행동양식을 변화시켜갈 것이다. 가족구성원 전체가 네트워크를 사용하게 되고, 원한다면 인터넷에도 접속한다. 인터넷으로 만들어지는 변화는 삶의 모든 관점에서 모든 세대에 걸쳐 발생한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변화되는 비즈니스와 생활방식은 혁명적이다. 내년이면 이런 변화를 누구나 겪게 될 것이다. 이제는 미리 대비하고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에게 있어 1년이 사람에게는 7년의 시간에 해당하는 것처럼, 인터넷시대에는 그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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