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강혜련 통신원> 페레스트로이카 당시 러시아에서 외국산 컬러TV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소련산 TV의 낮은 품질 때문에 첨단 화면과 음향을 갖춘 것으로 여겨지던 외국산 TV에 대한 수요는 대단히 높았다. 무역자유화정책과 더불어 외국산 TV는 무한대로 수입되기에 이르렀고, 구소련산 TV의 「전멸」이 예견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부의 예견과는 달리 이전의 소련산 TV들은 외부상황에 맞게 변신하면서 생존을 꾀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TV의 30%는 이미 오래전에 자신의 물리적 수명을 다한 구식 진공관 모델이다. 또 40%는 상대적으로 신형인 「루빈」, 「레코드」인데 이미 십수년을 소비자들과 같이 해오고 있다. 신형 외국산 TV는 전체의 4분의1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90년 구소련에서 TV생산은 년간 1천만대에 달했으며 소비시장을 1백% 커버했다. 현재 약 20개의 러시아 공장들은 총 10만대의 컬러TV와 20만대의 흑백 포터블TV를 생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97년 한해에만 약 3백만대의 외국산 TV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서 5년후에는 가전제품 판매대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조차 러시아산 TV를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한 확언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실제 여러 TV공장들이 재구조화를 통해 경쟁력있는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비첼스끄의 TV공장 「비짜즈」와 민스끄의 「고리존뜨」다. 이들 공장들은 지난해말부터 되살아나서 완전히 경쟁력을 갖춘 TV모델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 신제품들은 현대적인 디자인과 견고한 본체, 고품질의 화면과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2백-2백20달러의 가격으로 2백50-2백80달러의 가격 범주에 있는 외국산 TV와의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TV 회로기술과 구조는 세계적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TV의 품질을 낮게 만드는 것은 각 부품을 결합시켜 상품화해 내는 제반 기술이다. 전체적인 조립 및 상품화는 외국회사와의 합작과 기술 교류 등이 이루어지면서 이제 러시아에서 더 이상 어려운 과제로 제기되고 있지 않다.
아직 외국산 제품들에 맞설 수 있는 정도까지 성장하려면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하지만 이미 새로운 세대의 러시아산 TV의 원형은 상뜨 빼쩨르부르그의 「라두가」, 노브고로드의 「끄반뜨」 그리고 다른 TV공장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비싸지 않으면서도 견고한 러시아산 TV와 한국산 TV가 러시아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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