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공산업 육성대책 급하다

오는 2005년까지 세계 10대 항공국에 진입하겠다는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과의 1백인승 중형항공기 공동개발 사업과 네덜란드 포커사 중형기 제작부문 인수작업이 무산된데 이어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 제작업체인 에어사와의 협력이 최근 결렬되면서 우리의 항공산업은 웅비도 못하고 추락할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다.

지난 93년 11월 시애틀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한, 중 양국정상이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에 합의하면서 싹을 띄운 우리의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송하고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비운을 맞은 것이다.

특히 한, 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사업의 경우 94년 10월 리펑(李鵬) 중국 총리 방한시 정부 차원에서 양국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이 중국의 사업주도 중국의 다수지분 보유 최종 조립장 중국내 설치 합작회사 중국내 위치 등 일방적인 요구사항을 내세우면서 결국 96년 6월 협상이 결렬됐고 연이어 추진한 네덜란드 포커사 인수도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되고 말았다.

그후 기수를 유럽의 에어사로 돌린 우리 정부의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은 일견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중형항공기 개발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성된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KCDC)과 에어사 사장이 서울에서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표류하던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이 회생의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양측은 총 개발비 12억 달러의 에어제트 프로젝트에 한국이 약 40%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에어사는 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한국측에 제공하고 생산품목, 기술이전 분야, 기술료 등 나머지 현안문제는 추후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항공기 생산업체와 10여개 항공기 부품업체로 구성된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 실무팀이 지난 11월 프랑스 톨루즈에 있는 AIR본사를 방문한데 이어 개발 파트너인 에어사 실무진이 지난달 20일 방한, 공동개발에 필요한 법인 설립 및 개발후 판매 문제를 협의하면서 본격적인 완제기 개발과 생산시대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에어 컨소시엄의 한축인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가 자사의 58인승 항공기와 경쟁을 벌일 70인승 중형기 개발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에어사와의 협상도 결렬되고 말았다.

결국 우리의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은 중국, 네덜란드, 유럽을 전전하면서 실익도 없이 4년여를 보낸 것이다. 특히 마지막 보루이던 에어사와 결별함에 따라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할 때 까지 한없이 표류해야 되는 우리의 항공산업은 자칫 향후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물론 정부에서도 합작가능한 외국 항공기 제작회사를 물색하기 위해 협상단을 긴급파견하는 등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는 있다. 에어사와의 합작사업 결렬 가능성을 감지, 미국의 20∼30인승 소형 항공기제작업체인 페어차일드, 도니어사에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 실무팀을 파견하고 40인승 항공기 개발경험이 있는 브라질 엔브레어사 및 러시아 투풀레프사 등과 접촉중이다. 그러나 설사 이들 업체와 공동개발에 합의해도 우리의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야심차게 추진중인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경전투헬기나 다목적 헬기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고등훈련기(KTX2)사업은 부처간 이해가 맞물려 2년째 중단됐으며 오는 99년말 종료되는 F16 전투기를 개조하는 한국형전투기(KFP)사업은 후속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한 항공업계는 일감부족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칫하면 일이 없어 애써 키운 우리 항공산업을 도태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항공산업은 정보통신산업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산업이다. 따라서 항공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21세기를 대비하는 한편 국방의 자주성을 성취하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은 통일 이전이든 통일 이후든 독립적인 국방력 제고를 필요로 한다. 또한 타산업으로의 기술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 정부차원에서 항공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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