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이정태 통신원) 『정보화시대의 시민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컴퓨터 및 인터넷의 성장과 더불어 나타난 새로운 집단의 사회성향에 대한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의 컴퓨터 잡지인 「와이어드」가 조사한 이번 결과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컴퓨터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디지털 시민(digital citizen)」이라고 이름붙여진 컴퓨터시대 사람들은 『대인 기피적이고, 컴퓨터에 중독되어 있으며,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기존의 매체들의 지적과는 달리 정치에 대해 참여적이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전혀 고립돼 있지 않고 테크놀로지의 이용 방향에 대한 뚜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변화를 주도할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와이어드가 메릴 린치 포럼과 함께 미국인 1천4백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전자메일 사용빈도, 랩톱PC, 데스크톱PC, 휴대 전화, 무선 호출기 등 4가지의 대중적인 테크놀로지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4개 범주로 나뉘어 이뤄졌다. 「다이용자(superconnected)군」은 최소한 일주일에 3일은 전자메일을 사용하고 4가지 테크놀로지를 모두 이용하는 사람들. 「일반 이용자(connected)군」은 3가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고 「저이용자(semiconnected)군」은 적어도 4가지 중 한가지 이상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본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무경험자(unconnected)군」은 전혀 이용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8.5%에 해당하는 다이용자군과 일반 이용자군은 여타 집단에 비해 정치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항상」 투표에 참여한다고 응답했다. 또, 정치와 관련한 움직임에 훨씬 민감했다. 뉴트 깅리치 하원 의장에 대해 무경험자군(49%)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79%). 이러한 결과는 유명 개그맨인 사인펠트를 아는 비율(62%)보다 더 높은 것이다.
디지털 시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서도 여타 집단보다 훨씬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 양당제도에 대해서는 46%가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결과는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와 거리가 멀수록 정치에 대해서 더 무관심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디지털 시민들은 테크놀로지를 만병 통치약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테크놀로지가 개인의 의사를 표시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경제적, 교육적 기회를 제공하는데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신념도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시민의 79%가 남녀가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무경험자군은 49%만이 이러한 직장을 선호했다. 요컨대 디지털 시민들은 성별, 인종별 차이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통계는 테크놀로지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일수록 독서량도 많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민들의 70%는 주당 1~10시간 정도를 독서에 할애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16%는 주당 11~20시간을 독서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빌 클린턴과 빌 게이츠의 영향력에 대한 질문에 대해 디지털 시민들은 거의 엇비슷한(48%:46%) 점수를 준 반면 무경험자군은 빌 클린턴의 영향력을 휠씬 높게 평가했다(62%:25%). 디지털 시민들은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빨리 성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창조성을 상실하고 마비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즉, 기업이 정부보다 변화에 대해서 훨씬 효율적 조직이라는 생각과 함께 시장경제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이 시장 경제를 지지하고, 정부의 개입보다 개인이나 경제 자체의 해결을 믿는 디지털 시민들은 기존의 가치들이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은 가족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고, 전자메일보다는 전화를 통해 친구나 가족들과 연락하는 것을 선호한다. 기존의 매체가 주는 정보보다는 인터넷이 주는 정보에 대해 신뢰도가 더 높기는 하지만 인터넷보다는 TV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주요한 뉴스를 얻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시민들의 주 연령층은 20대가 아니다. 4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55세 이상도 11%나 된다. 성비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교육 정도에 있어서는 50%이상이 대졸이었는데 16%만이 대졸인 무경험자군과 대조적이다. 생활 정도에 있어서도 디지털 시민들은 연봉 3만~8만달러의 중산층이 대부분인 반면 무경험자군은 8%만이 연 5만달러이상의 소득을 갖고 있다. 다만 인종적으로는 디지털 시민의 87%가 백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그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게 적용되었기 때문에 전 미국인중에서 디지털 시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실제보다 적게 나왔다고 지적한다. 기준을 완화하면 정보화시대를 이끄는 신흥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조사 결과인 8.5%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정보화 사회의 방향을 예측하는 다양한 지표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화사회의 시민들은 더욱 더 민주주의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테크놀로지와 친밀하게 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인식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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