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카드 VAN, 2년째 개점휴업

직불카드 조회서비스(VAN)가 거의 2년째 개점휴업 상태를 보임에 따라 관련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6년 2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직불카드서비스가 카드 소지자들의 사용 미흡으로 카드조회서비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경우 조회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직불VAN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정보통신을 비롯해 한국신용정보, 한국부가통신, 한국신용평가, 금융결제원 등 모두 5개사. 그러나 이들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직불카드 조회서비스는 한 달 평균 10만건 이하에 불과하다. 통상 계절적으로 가장 많은 조회건수가 기록되는 지난 10월의 경우만 하더라도 12만건에도 못미치는 부진한 조회율을 보였다. 이는 하루 70만건에 달하는 신용카드 조회건수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직불카드 조회서비스 업체 중 가장 많은 단말기를 가맹점에 보급,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의 경우 지난 10월 조회수수료로 거둔 실적은 겨우 8백만원 정도.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수수료로는 각 은행과 자사 VAN센터간의 전용회선 임대료만을 겨우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시스템 운용 및 가맹점들이 이용하는 통신포트 개설 등에 따르는 기본적인 비용회수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우리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나머지 VAN업체들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국내 VAN시장의 열악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직불카드 조회서비스가 저조한 것은 카드보급과 가맹점이 적어서가 아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각 은행이 발급한 직불카드는 모두 2천2백만장에 육박하고 있으며 발급 자체도 매달 늘고 있다. 또 가맹점도 무려 18만개에 이르며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 즉시 자기의 은행계좌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직불카드보다 카드사용 1개월 뒤에 결제하는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국민성향으로 인해 직불카드 이용실적이 이처럼 저조하다』며 『은행들이 카드 이용자로 하여금 직불카드를 사용하도록 하는 유인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지 않는 한 직불카드 이용 활성화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VAN업체가 5개사나 돼 업체간의 경쟁은 어느 분야보다도 치열한 편이다.

일부 업체들은 직불조회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신용카드 조회서비스와 맞물려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2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다시 말해 직불카드 사용 활성화만이 VAN사업자들의 이같은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직불카드 이용 활성화는 현재 은행들이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은행들은 당면한 현안으로 인해 여기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직불카드 활성화를 이끌어낼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한 이래저래 카드조회 서비스업체만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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