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업계 과잉투자 위기.. 남아도는 설비 · 쌓이는 재고]

국내 형광등업계가 과잉투자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지름 26㎜ 절전형 형광등의 급격한 수요 확대를 예상해 생산설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형광등업계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수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름 26㎜ 절전형 형광등은 기존 지름 32㎜ 40와트 형광등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32㎜ 형광등보다 약 20%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있다. 또 기존 32㎜ 형광등보다 20% 가량 밝고 수명도 2배 정도 오래 쓸 수 있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보급형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26㎜ 절전형 형광등 사용을 적극 권장했으며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 6백만개 가량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다.

현재 26㎜ 절전형 형광등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금호전기, 신광기업, 별표형광등, 우리조명 등 4개 업체. 금호전기는 연간 1천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으며 신광기업은 연간 2백만개, 별표형광등과 우리조명도 각각 연간 3백만개의 26㎜ 절전형 형광등을 생산할 수 있는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합치면 국내 업체들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26㎜ 절전형 형광등은 연간 1천8백만개정도.

이처럼 형광등업계가 대대적인 투자로 올들어 공급과잉현상까지 빚었지고 있지만 수요는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백만개 정도에 불과해 재고가 눈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형광등 생산라인은 불로 유리를 가공하는 공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라인을 한번 가동한 뒤 수요가 없어 생산을 중단하면 제품 품질을 원상태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자구책으로 생산라인을 일부라도 계속 가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26㎜ 형광등은 전자식 안정기를 포함한 등기구 전체를 교체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축건물 중심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 건설경기가 주춤하고 있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절약 종합대책의 하나로 오는 2000년까지 신축건물에 26㎜ 절전형 형광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까지 제정할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무리한 시설투자에 따른 공급과잉과 시장위축현상까지 겹쳐 당분간 국내 형광등업계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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