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금융시장 눈독

「금융시장을 잡아라.」

우리 경제를 옥죌 IMF체제의 원년인 내년 시스템통합(SI)시장 기상도를 그리는 관련업계의 손놀림이 바쁘다. 일단 전반적인 경기는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삼한사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저성장 기조가 강조되는 98년에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에서도 이렇다할 신규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금융산업 통폐합으로 인해 예상되는 시스템통합 구축작업이 신규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SI업계에서는 금융시장을 이미 수년전부터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점찍어왔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산업규모에 비해 취약한 전산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흔히 금융시스템 구축은 계정계, 정보계, 대외계로 나뉘어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이자율, 환율 등 사실상 금융환경을 결정짓는 정보계 시스템의 실상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SI시장은 각종 정보의 대외유출을 염려한 해당 금융업체들의 보수적인 마인드로 전면적인 재구축작업이 미뤄져왔다. 하지만 이제 강요된 「빅뱅」으로 금융시장 개편이 불가피하게 되자 그간 이 시장 선점에 주력해온 기아정보시스템, 동양시스템하우스, 대신정보통신 등 중견전문업체들은 물론 현대정보기술, 삼성SDS, LG­EDS시스템 등 대형업체들까지 금융시장을 니치마켓 수준이 아닌 주력시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앞다퉈 추진중이다.

SI업체들이 일단 98년 금융시장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금융사간 통폐합으로 인해 발생되는 시스템 호환구축시장. 현재 각사별로 구축된 시스템으로는 호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병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이같은 물량은 많아야 2∼3건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체 규모에서는 기대밖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통폐합시장 보다는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금융사간 업무영역 파괴에 한층 관심을 갖는 눈치다. 기업어음할인(CP) 업무 영역확대 등에서 나타나듯 제1금융권, 제2금융권 등으로 나뉘었던 금융영역은 앞으로 보험사, 증권사, 투신사의 구별이 모호할 정도 엷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영역파괴는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수반해야 하는만큼 신규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가 예상하는 98년 금융 SI시장 규모는 전체시장의 25∼30% 선. 금액으로 보면 1조5천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내년 SI시장이 별다른 신규수요도 없고 기존 수주마저 지연되거나 축소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은 SI업체들의 생존을 좌우할 「전장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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