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12월 강연내용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5일 미국에서 7개의 벤처기업을 설립,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네오매직사 캄람 엘라히안 회장을 초청, 「글로벌 경제 속의 텔레커뮤니케이션-인터넷」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번 강연회에서 엘라히 회장은 인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거래(Trade)와 전쟁(War)을 꼽았으며 전쟁이 사라진 현대 정보통신사회에서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라고 말했다.

인류역사의 변천을 거래와 전쟁의 과정으로 분석한 엘라히 회장은 정보사회에서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일 뿐 아니라 벤처기업의 성공을 보증하는 수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벤처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캄람 엘라히안 회장의 강연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역사적으로 인류는 두가지 가운데 하나를 통해 욕구를 만족시켜왔다. 거래 또는 전쟁이 그것이다. 시간과 기술수준을 두축으로 하는 그래프에 인류의 발전사를 나타낼 때 기원전(BC) 6000년 이전은 마을(Village)의 시대다.

이 시대의 인간은 동일한 집단 내에서 거래를 통해 필요한 것을 얻었다. 개인간 거래가 중요시됐으며 거래는 물물교환의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의사소통의 문제로 거래가 성사될 수 없었다. 마을들간 전쟁이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이 시기의 인류는 전쟁을 통해 다른 마을의 구성원들이 확보해놓은 물건을 빼앗아 욕구를 충족시켰다.

기원전 5500∼2000년경에는 마을들이 모여 도시(City)가 탄생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기술이 고안돼 보다 더 원활한 거래가 이뤄졌다.

분업이 처음 등장했으며 통화가 창출됐다. 분배구조가 형성됐으며 세금제도가 싹을 틔웠다. 하나의 도시 안에서 시민들은 금, 은, 동 등 화폐를 통해 재화를 취득했으며 세금을 납부, 공동의 욕구를 만족시켰다. 그러나 도시간 전쟁은 여전히 욕구를 만족시키는 인자로 작용했다.

기원후(AD) 1400∼1700년경에는 도시들의 집합체인 국가(Country)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더욱 발달한 기술들, 예를 들어 증기기관, 증기배 등이 출현, 거래의 활성화는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이 시대의 특징은 세계무역의 등장, 조세제도의 단일화 및 통화의 통합으로 규정지어진다. 각 국가들은 나름대로 통일성을 기하며 거래의 규칙들을 마련했다. 문명을 바탕에 둔 이들의 거래는 이전의 방식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발전된 형태였다.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욕구를 만족시키는 도구로 무력을 휘둘렀다.

국가시대의 전쟁은 대규모로 진행돼 식민지화를 촉진시켰다. 특히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국가들은 전쟁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식민지를 구축, 필요한 재화를 마련했다. 전쟁은 여전히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툴로 작용했던 것이다.

기원후 1800∼1900년경에는 국가들의 연합이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했다. 미국, 소련 등 초대형 국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 전신전화 및 보다 발전된 형태의 증기시스템이 개발된 이 시대의 거래와 전쟁은 국지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거래는 국가와 국가간 1대1 개념을 뒤로 한 채 북미자유무역연합(NAFTA), 유럽연합(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등의 집단적인 교류, 협력의 길로 접어들었다. 20세기에 들어 이같은 경향은 가속화됐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전화, 자동차, 고속도로, 비행기, 팩스 등 첨단기기들이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로 인해 기존 거래의 불편함을 없애는 각종 도구가 양산되기에 이르렀다. 동전, 지폐를 대신해 플라스틱머니로 불리는 크레디트카드가 선보였는가 하면 전자화폐 등 물리성을 배제한 화폐형태가 지지자를 확보하며 지불, 거래 수단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시적인 욕구충족 수단인 전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인류는 이 시기에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두번의 전쟁을 경험했다. 1, 2차세계대전이 그것으로 두 대전은 인류를 공동몰락의 위기로까지 내몰았다.

두번의 세계대전 발발원인이 근본적으로 욕구충족에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로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처음 경험하게 될 21세기에는 어떤 종류의 수단이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것인가. 그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제1차세계대전(WWⅠ:World War One)과 제2차세계대전(WWⅡ:World War Two)에 이어 월드와이드웹(WWW:World Wide Web)이 인간욕구 충족의 강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이전까지 거래와 전쟁은 인간의 욕구를 설명하는 두개의 축이었다. 그 두축은 앞으로 인터넷이라는 거대 네트워크로의 등장으로 통합될 것이다.

인터넷은 거래를 형성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인터넷 거래는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격렬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 누구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지 사고 팔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인터넷은 특정 국가나 단체가 통제할 수 없으며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파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구축했다.

자유경쟁의 장인 인터넷은 전세계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거래를 가능케 하는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하다.

[인터뷰] 캄란 엘라히안 회장

지난 54년 이란에서 태어나 72년 미국으로 이주한 캄란 엘라히안은 최근 3∼4년 동안 4개의 벤처기업을 탄생시키며 미국 벤처업계의 거인으로 우뚝 섰다.

엘라히안이 지금까지 만든 업체는 총 7개. 일생에 하나의 기업에 만족해야 하는 대부분의 창업자에게 그의 이력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재 그가 실질적으로 보유한 업체는 네오매직, 플래닛웹, 프로젝트닛, 센틸리엄 등 4개. 지난 81년부터 89년까지 세웠던 CAE시스템즈, 시러스로직, 모멘타 등은 다른 기업에 인수됐거나 파산했다.

현재 경영중인 사업체의 공통점은 인터넷을 정점으로 하고 있다는 것. 엘라히안 회장은 모멘타가 파산선고를 받았던 지난 92년 인터넷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파산을 경험한 후 전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인터넷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후 인터넷 관련사업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엘라히안 회장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네오매직은 93년 설립된 D램 제조업체. 인터넷 접속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원칩 솔루션을 생산하는 네오매직은 엘라히안 회장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지난 96년에 엘라히안 회장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플래닛웹을 설립했으며 인터넷을 세계 각국의 학교들에 무료로 설치해주는 프로젝트닛도 세웠다. 올해에는 자신의 명함에 커뮤니케이션 반도체회사 셀틸리엄의 사장이라는 직함을 또 하나 추가했다.

엘라히안 회장의 창업역정에 힘을 보탠 것은 미국에 산재한 벤처 캐피털.

『미국은 아이디어와 사람만 보유하면 회사를 언제든지 차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와 차별성을 갖게 하는 요인입니다. 현재 운영중인 업체 모두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설립한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엘라히안 회장은 『미국에서도 연간 1천여개의 벤처기업이 도산을 경험하고 있다』며 자신이 이제까지 견지하고 있는 성공적인 벤처기업 육성의 5개 항목을 공개했다.

엘라히안 회장이 강조하는 벤처기업 창립 제1의 신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벤처기업 설립의 가장 큰 적입니다. 자신있다고 판단될 때는 가차없이 밀어붙여야 합니다.』 실패를 피하지 않을 때 인생의 성공이 눈앞에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벤처기업 설립시 주의해야 할 두번째 항목으로 인력선정을 든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합니다. 사람을 제대로 보고 뽑는 일은 벤처기업을 이끌어갈 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엘라히안 회장은 사람을 뽑는 데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정직한 사람, 실력이 뛰어난 사람, 추진력이 왕성한 사람 등의 순으로 인력을 채용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경영자는 우선 정직한 사람을 먼저 채용해야 한다. 그는 『추진하는 일이 목적으로부터 벗어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실패를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보유 여부가 사업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엘라히안 회장이 그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실력이 뛰어난 인재다. 벤처기업은 정직한 사람이 지적한 실패를 성공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가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지적한 부류는 추진력이 남보다 앞서는 사람. 포기를 모르는 정열가가 엘라히안 회장이 강조하는 세번째 인력이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투지가 벤처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엘라히안 회장은 이어 팀워크를 중시하는 사람과 인화를 중시하는 사람 순으로 인력을 배치하라고 충고한다.

벤처기업 성공의 세번째 항목은 위험(Risk)을 정확히 분석하라는 것이다.

그는 벤처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기술요소 위험, 시장위험, 인력 위험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최소한 1개 이상의 위험을 피해갈 수 있어야만 벤처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엘라히안 회장은 『지난 89년 설립한 모멘타가 이들 세가지 위험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결국 도산에 이르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벤처기업 설립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공략대상 협소화를 들었다. 자신이 공급하는 제품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집중투자할 때 성공이 눈앞에 있을 것이라고 부언했다.

파트너 선정은 많은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대부분 간과하는 문제. 엘라히안 회장은 파트너 선정시 파트너의 비전과 향후 사업계획을 면밀히 분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 자사와 경쟁관계를 형성하지 않을 업체를 파트너로 선정, 균형있는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엘라히안 회장의 고언이다.

<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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