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에어컨] 기술 현주소

연간 총수요가 1백30만대를 넘어선 국내 에어컨시장은 단일시장으로는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시장규모만으로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시장으로 도약했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급팽창한 것과 더불어 가전업체와 공조기기 전문업체들간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켜 국산에어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자극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에어컨의 기본기능을 실내공간을 시원하게 해주는 냉방기능으로 규정할 때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가정용 에어컨의 90% 이상이 에너지 소비효율 1∼2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가기능 측면에서는 공기정화기능, 제습기능, 건강기능 등 매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외관상으로는 에어컨의 어원 그대로 실내공기조절기(Air Conditioner)로 변신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국내 에어컨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많이 남아있다.

국산 에어컨의 냉방성능이 단기간내에 고효율화 된 것은 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냉방수요를 발생시켜 전력예비율을 위협할 정도로 이르자 정부가 지난 94년부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를 도입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에어컨에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지가 붙게되고 그것이 에어컨을 사용하는데 따른 전력요금 부담을 가시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수단이 되자 에어컨업체들은 서둘러 성능이 뛰어난 스크롤 컴프레서를 대량으로 수입해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에어컨의 냉방성능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인 스크롤 컴프레서는 미국의 코퍼랜드, 브리스톨 등 극소수 전문업체가 전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의 에어컨 고효율 등급획득 경쟁은 외국의 컴프레서 업체들의 배를 불려주면서도 이들업체들이 공급물량 조절과 가격농간에 놀아나는 수모를 당해왔다.

스크롤 컴프레서는 지난해 LG전자가 자체개발한데 이어 올해는 국책과제에 참여한 경원세기가 경원세기가 개발한 정도인데 아직까지 본격적인 대량생산은 이루어지지 않아 올해도 국내 에어컨업계가 모두 수십만대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당분간 LG전자와 경원세기가 최소한 국내업체들이 필요한 스크롤 컴프레서를 공급해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왜냐하면 이들업체들이 스크롤 컴프레서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간 최소한 2백만∼3백만대의 공급물량을 확보해야하는데 국내 수요만 보고 뛰어들기는 무모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십년 동안 컴프레서만 주력해온 코퍼랜드, 브리스톨사 등을 당해내기 어려운 것도 국산 스크롤 컴프레서 양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전력을 최소한 소모하면서 냉방효과가 높은 에어컨을 보급시키기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관련해 국내업체들이 서둘러 확보해야할 기술은 인버터(Inverter)기술이다. 인버터 기술은 각종 전기제품을 사용환경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에어컨의 경우 컴프레서를 주기적으로 정지, 재가동 시키지 않고도 운전할 수있어 기존방식보다 40∼50%의 절전효과가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인버터 에어컨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전자레인지, 세탁기, 조명기기 등에도 이 기술이 넓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LG전자, 삼성전자, 만도기계 등이 인버터 모델을 2∼3개씩 선보이고 있으나 기술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아직까지 구색상품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또 설계기술에서도 완전히 자립하지 못해 아직까지 외국 업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국내 에어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업체들이 일본의 마쓰시타와, 도시바, 산요 및 미국의 캐리어등과 기술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열교환기, 팬 유닛 등 핵심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현재 해외의 중저가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향후 해외의 고급제품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에어컨 산업이 기상에 따라 울고웃는 한계를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궤도를 달리기 위해선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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