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캐롤음반 경기도 한파

종로, 신촌, 강남 등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거리에 캐럴송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성탄절이 임박하면서 캐럴음반이 음반점 진열대의 중앙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 긴급수혈을 계기로 사회 전반이 긴축재정에 들어가면서 캐럴음반 경기 또한 심한 한파를 겪고 있다.

올해의 캐럴들은 귀에 익은 목소리일 뿐 새로운 것이 없다. 눈에 띄는 신보없이 빙 크로스비 같은 오래된 캐럴이 다시 청중의 귀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소니뮤직이 자사가 보유한 스타급 가수들의 음원을 끌어모아 한장의 음반에 담은 「Superstar Christmas」(Va)가 지난달 28일까지 판매량 3만5천장을 기록한 것 외에는 외국 캐럴음반 신보가 없다. 한국BMG뮤직, 록레코드, EMI, 폴리그램, 워너뮤직 등 주요 메이저 직배음반사들이 신보를 출시하지 않은 채 지난해 또는 2년 전에 발매했던 캐럴음반을 소량 재판매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유명 탤런트, 코미디언이나 인기가수들이 캐럴음반을 출시하던 경향도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인기그룹 터보를 비롯한 몇몇 가수들의 크리스마스 음반이 그나마 수지가 맞는 판매량을 보였었지만 올해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금강기획 멀티플러스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탁호의 「Blue Christmas」를 시장에 곧 선보일 예정이지만 큰 성공을 기대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평이다. 아티스트의 특성상 일부 마니아들의 욕구충족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듯 「12월 캐럴 특수」가 사라지면서 11월부터 시작된 음반경기 침체가 해를 넘겨 내년 1, 2월까지 장기화될 조짐이다. 3월에야 시작될 가요음반경기 활성화 시기 이전까지 별다른 변수없이 겨울 한파를 겪어야 하는 것이다.

한 음반기획자는 『캐럴경기의 침체는 이미 2, 3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경기가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더욱 심해졌다』며 『캐럴신보의 기획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경향은 30, 40대 계층이 음반점을 찾을 만한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주요 음반구매계층으로 떠오른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댄스음악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캐럴을 댄스풍으로 편곡한 음반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젊은 고객들의 입맛을 자극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한국 음반시장은 「1년 내내 댄스만 장사가 되는 시장」으로 왜곡되고 있다. 「봄, 여름-댄스, 가을-발라드, 겨울-캐럴」로 형성되던 판매주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2월 장사인 캐럴시장은 빠르게 사장되고 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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