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SW 특허보호" 이렇게 생각한다

특허청이 최근 발표한 소프트웨어(SW)특허 심사기준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허청은 SW 분야의 기술개발 촉진 및 보호 강화를 명목으로 SW특허 청구 범위를 「기록매체에 저장된 SW」까지 확대하는 형태로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 기준」을 개정,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와 일부 SW업체들은 이번 SW특허 심사기준 개정안이 사실상 모든 컴퓨터 SW를 특허 보호 대상에 포함시켜 국내 SW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SW특허 심사기준 개정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특허청 김원준 심사4국장과 이같은 심사기준 개정에반대하고 있는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신각철 위원의 주장을 각각 들어본다.

<편집자 주>

<> 찬성-김원준 특허청 심사4국장

컴퓨터 관련 발명의 특허 적용은 지난 84년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을 제정하면서부터다. 지난 95년초 이 특허 심사기준을 개정하면서 특허법상 SW의 보호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이 심사기준도 자연법칙의 이용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기준으로는 현재의 SW개발추세를 고려할 때 성립성 자체부터 부인될 뿐만 아니라 특허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특허청이 이번 SW특허 심사기준을 개정하려는 것도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번 SW특허 심사기준 개정의 골자는 「특허대상을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 즉 기술사상이 있는 발명」으로 한정해 특허대상을 명확히하는 것과 특허청구 범위의 기재방법을 변경하는 것이다.

현행 기준에서는 컴퓨터 관련 발명으로 특허 출원시 명세서에 있는 특허청구 범위란에 「방법과 장치」만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관련SW에 관한 부분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플로차트를 도면으로 제시하고 방법 발명으로 청구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권자는 방법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게 되므로 권리 행사시에 여러가지 법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허청은 이번 심사기준 개정을 통해 특허청구 범위에 방법 발명을 청구할 경우 추가로 이 방법 발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기록매체도 특허 청구범위에 기재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SW는 대개 플로피디스크나 CD롬 등의 기록매체에 기록돼 유통되나 최근까지 기록매체에 저장된 SW에 대한 특허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특허로 등록된 SW를 기록매체에 기록해 판매하더라도 이것이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물론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주장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간접침해의 주장에 의한 침해의 구제는 직접침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 만큼 발명자가 SW에 대해 특허를 받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현재 SW는 기록매체에 저장돼 유통된다. 이처럼 SW가 판매되거나 유통되는 것은 사실상 기록매체라는 점을 감안, 이를 특허청구 범위에 포함시켜 SW개발자의 권리보호를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특허청의 판단이다.

SW발명에 대한 특허 허여는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난 80년 미국 대법원에서 SW발명에 대한 특허가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나라마다 SW발명의 특허권을 인정하고 심사기준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 특허출원 건수도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SW발명과 관련해 분명한 점은 SW가 하드웨어와 결합돼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경우에는 특허법으로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진정한 SW를 개발한 사람을 특허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강력한 법적인 장치이고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한다고 보는 것이 국제적인 경향이다.

아울러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SW는 프로그램이라는 저작물 측면과 특정기능을 실행하는 기술, 즉 아이디어 측면이라는 2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어 SW의 내용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이나 특허법으로 이중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반도체설계 기술의 경우 특허법에 의해 보호 받을 수 있고 반도체 회로배치도의 경우 반도체 배치설계법으로 등록받을 수 있다는 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각국의 특허법에는 SW발명을 특허로 보호한다는 규정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법조문에 활자화해 있지 않는 규정일지라도 법원의 판례로 확대해석해 실무에 적용하는 제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특허출원 통계에 따르면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SW를 특허법에서 보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컴퓨터 SW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저작권으로 5천건 이상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있으며, 컴퓨터 SW관련 특허는 96년 현재 28건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일부에서는 특허청이 컴퓨터 SW와 관련된 발명에 특허를 허여하면 우리나라 SW산업이 황폐화할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특히 특허제도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일부 연구위원들이 SW발명을 특허로 보호하는 것은 문제가 되므로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으로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에 제시한 사례 등을 간과한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과 특허법 가운데 어느 법을 활용할 것인가는 국민들이 선택할 문제인 것이다.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은 권리의 형태가 문자나 도형 등으로 돼 있어 권리가 추상적이고 형태가 없어 항시 침해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침해소송이 제기될 경우 권리침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SW의 경우 쉽게 복제돼 불법으로 유통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따라서 정부가 SW 개발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이 분야의 기술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순수한 SW까지도 특허법으로 보호하는 법안을 상정해 검토하고 있는 등 국제적으로 SW의 법적 보호문제가 국가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특허청의 이번 심사기준 개정작업은 SW개발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고 멀티미디어기술의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SW개발을 목표로 하는 벤처기업과 연구소의 기술개발을 위한 특허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 반대-신각철 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위원

특허청은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기술개발 촉진 및 권리보호 강화를 명목으로 모든 컴퓨터 SW를 특허대상에 포함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SW특허보호는 운용체계(OS) 정도를 지칭하는 하드웨어(HW)와 결합된 SW만이 대상이었으나 개정 심사기준에서는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모든 기록매체로 대상범위를 확대, 사실상 모든 컴퓨터 SW를 보호대상에 포함시켰다. SW특허가 창작자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국내 특허등록으로 아이디어, 알고리듬 이용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우리나라 SW산업발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은 우루과이라운드(UR) 지적소유권 협정, 베른조약, 세계저작권기구(WIPO) 신저작권조약 등 국제조약 및 세계 각국의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무역관련 세계지적재산권협정(TRIPs협정)도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것이 원시코드 또는 목적코드 형태든 베른협약에 따라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는 SW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특허범위를 확대해 보호하겠다는 것은 SW산업발전에 불리하다.

특허법 적용이 부당한 이유로는 우선 특허의 보호대상이 「발명」이라는 데 있다.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을 말한다. 또한 신규성, 진보성 및 비자명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며, 기술적 사상(아이디어)의 발명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컴퓨터기기, 통신회선, 기타 기계장치와 프로그램의 사용이 직접 결합된 형태에 한해 이들 기기와 함께 특허등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세계 각국의 동향이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그 주변국가 등 25개국은 명문규정으로 SW특허를 부정하고 있다. SW특허가 컴퓨터 보급, 확산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특허법(특허등록)에 의한 SW보호의 문제점은 첫째, 신규성, 진보성 판단의 곤란이다. 프로그램 발명이 특허가 되려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으로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춰야 하는데, 프로그램은 응용분야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며 정보부족으로 신규성과 진보성 판단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SW와 관련된 발명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며 설사 발명에 해당된다 해도 수학적 「알고리듬」에 관해 독점권을 인정하는 특허는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 세계 각국의 동향이다.

둘째, 출원정보 공개문제를 들 수 있다. 특허출원에 있어 출원정보를 공개하고 일반에 열람시켜야 하는데 프로그램소스 등 기술이 공개될 경우 복제유통이 우려돼 실익이 없게 된다. 셋째, 부실 및 도용 특허문제다. 외국 특허 또는 다른 사람이 창작한 SW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도용해 등록할 가능성이 있는데 심사과정에서 식별이 곤란하다는 문제를 갖는다. 또 프로그램의 특허권 침해 판단이나 출원공고에 대한 이의신청에서 다른 사람의 미특허 등록 프로그램소스 공개를 요구해 비교, 판단해야 하는데 오히려 권리자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

넷째, 세계 각국 및 국내 프로그램소스가 공개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 및 전문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등록심사가 원만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시된다. 다섯째, 아이디어 이용제한이다. 아이디어, 알고리듬, 프로세스까지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등록할 경우 후발 연구자의 아이디어 이용이나 연구를 제한해 프로그램산업 발전에 저해요인이 된다. 영국 등 EU국가가 SW특허를 전면 부정하는 취지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재고관리시스템」은 최초 특허등록자 외 누구도 개발할 수 없게 된다.

여섯째, 권리귀속 등 분쟁발생이 우려된다. 프로그램을 기업에서 개발할 경우 저작권은 기업대표에게 귀속되지만 특허권은 해당발명을 한 종업원 개인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종업원과 기업주간 권리귀속 문제가 발생하고 위탁개발, 공동개발의 경우 권리귀속 및 처리문제가 복잡해진다. 종업원이 빈번하게 전출할 경우 기업주가 불이익을 보게 된다.

일곱째, 국내 SW산업발전에 저해된다. 프로그램 특허등록이 보편화할 경우 미국, 일본 등 선진국가에서 신기술 프로그램을 특허등록한 뒤 절대적, 독점적 권리를 주장한다면 국내 SW업계가 실시하고 있는 커스터마이즈사업, 리버스엔지니어링, 개작활동은 크게 제한받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 이용자 유통업자측에서 본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특허권은 허락받은 범위 이외의 변경사용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어 컴퓨터시스템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프로그램의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SW특허자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사용자에게 엄청난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준다.

마지막으로 선의의 사용자 보호문제다. 취득당시 사정을 알지 못한 선의의 취득자는 프로그램보호법에서 구제받고 있으나 특허법에서는 선의의 취득 및 사용자에 관한 특례규정이 없고 오히려 과실로 침해한 자에게 손해배상 및 신용회복 조치를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특허등록 심사에 프로그램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흐름도 등 일부 스태프만 공개할 경우 과실침해는 빈번하게 되고 SW하우스, 기업 등 최종 사용자를 전과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종합정보통신망(ISDN), 근거리통신망(LAN), 원거리통신망(WAN)시스템, 다중통신 등 「네트워킹」분야로 기술이 발전하고 이런 첨단기술이 컴퓨터와 밀착돼 있기 때문에 특허등록이 허용돼야 한다는 미국의 산업계, 법조계, 학계의 주장을 미국 특허청과 연방 대법원에서 수용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SW기술수준이 「정보처리장치내의 지시, 명령」 수준을 벗어나 최첨단 「네트워킹」분야로 발전하고, 특허심판원의 심판례와 대법원의 거듭된 판결례로 법논리가 정착되고 산업계, 법조계, 학계 등 관련분야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특허등록」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SW기술수준과 이용자, 유통업자 등 관련업계의 사용 및 거래관행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특허법에 의한 보호제도의 채택은 SW업계에 커다란 혼란과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현재 EU국가가 특허를 부정하는 취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오직 미국, 일본만 긍정적일 뿐이다. 현행법 질서를 혼란시키면서 특허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주관부처의 기능과 법치행정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으로 명분여하를 떠나 재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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