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 표상 씨네 2000 「한지붕 두가족」 끝내 종영

오는 12월 말 씨네2000(대표 이춘연, 유인택)이 2년여간 유지해온 서울 남산빌딩(舊영화진흥공사)에서의 공동살림을 마감한다.

지난 95년12월 영화 「손톱」의 성연엔터테인먼트(대표 이춘연)와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기획시대(대표 유인택)가 통합,출범한 씨네2000은 대우영상사업단과 5년간 전속작품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기업 영화제작 지원의 표상이었고 한국영화제작계의 새로운 대안으로까지 인식됐었다. 그러나 올들어 「지독한 사랑」 「그들만의 세상」 「삼인조」 「현상수배」등의 잇따른 흥행실패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나머지 결국엔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인택 사단은 통합 전의 회사 이름인 (주)기획시대로,이춘연 사단은 (주)씨네2000의 이름으로 새로이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빌딩 임대계약이 12월로 만료됨에 따라 각자의 사무실로 이전하는 것도 정해진 수순이다.

씨네2000측이 밝히는 분리 이유는 『한국영화 제작의 특성상 자유롭고도 다양하게,효율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많은 기획인력들이 한 두 편의 영화에 전력투구하다 보니 낭비요소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영화의 수익저하」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두 회사가 씨네2000의 이름으로 제작한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화사 공동운영에 큰 부담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씨네2000은 지난해 초 「그들만의 세상」,「지독한 사랑」이 흥행에 실패한 이후로 이미 기획시대측과 성연엔터테인먼트간의 독립채산제로 전환했다. 흥행실패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의미가 내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영상사업단의 영화지원도 「전속」개념에서 「작품별」로 전환됐다.(주)기획시대측이 최근 완성한 안성기 주연의 영화 「이방인」(감독 문승욱)도 차기작에 대한 지원보장없이 대우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결국 두 회사 통합이전의 영화제작 및 지원방식으로 돌아갔는데,대우로서는 계속되는 흥행참패와 적자에 안정적인 지원을 보장해줄 수 없었으며 영화에 대한 투자 의지마저 위축됐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듯 씨네2000의 통합에서 분리까지의 상황은 국내 대기업들의 영화투자 활황에서 위축까지의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지난 95년 말 우후죽순격으로 고개를 들었던 대기업 영상관련회사들과 창업투자사들의 영화투자 의지가 올들어 상당부분 위축되더니 급기야는 대기업에서 충무로 영화계로 흘러들어가는 영화제작비가 거의 단절된 상태에 이르렀다. 실제 「은행나무침대」(95년)로 영화투자의 기반을 다지고 올해 「할렐루야」 「접속」이 연속 흥행한 일신창투를 제외하고는 대기업들의 영화부문 투자가 대체로 뚜렷하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기획시대,씨네2000(성연엔터테인먼트)이 시도할 대기업 자본 끌어들이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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