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 내가 먼저 내려가겠소. 이곳을 많이 들어가본 내가 더 내부를 잘 알 것이오.』
『그렇치 않소. 지금 이 상황에서 조건은 같소. 고열로 내부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위험하오. 이미 내부 구조는 설계도면을 가지고 익혀 놓았소. 조심해서 뒤따라오시오.』 『알겠소.』 심재학 대장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동그란 구멍 속으로 먼저 들어섰다. 소방서 진압대장이 뒤따르고, 이어 김지호 실장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뒤에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를 든 요원이 따라 들어섰다.
꽤 긴 층계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이미 여러 차례 들어가본 경험이 있는 김지호 실장이었지만, 화재 열기에 철로 된 층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화재 열기가 온몸을 뜨겁게 했다. 철제 층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그을러 있었다.
도로를 지나치는 차량의 진동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통로. 꽤 넓은 통로였다. 통로 양쪽으로 빼곡이 놓여져 있던 케이블이 흉측스럽게 녹아내려 있었고, 케이블을 지지하는 지지대도 다 녹아내려 있었다. 표피가 타버린 케이블이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준비한 손전등이 꽤 밝았다. 김지호 실장은 양옆으로 늘어져 있는 케이블에 전등을 비췄다.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김지호 실장은 참혹하게 변해버린 화재 현장을 보면서 현기증을 느꼈다. 이 케이블을 다 들어내고 새로운 케이블을 깔아야 하는 것이다. 케이블만 깐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화재의 잔여물을 다 들어내고 새로운 케이블을 설치한 후, 그 처음과 끝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접속하여 회선을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업 공간이 넓은 것이 아니다. 출입구가 넓은 것도 아니다. 사람 몇이 들어서면 행동하기도 불편할 정도의 공간이다. 사람 하나 드나들 만큼 작은 구멍으로 이 많은 케이블을 하나하나 꺼내고, 새로운 케이블을 하나하나 다시 깔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출입구를 따로 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맨홀 구멍을 넓힐 수도 없다.
케이블을 잇는 과정에서도 단 한 가닥의 오차가 있으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통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 전화를 걸면 다른 집으로 전화가 걸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수만 개의 케이블 심선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이어야 하는 작업. 아, 김지호 실장은 긴 한숨과 함께 현기증을 느껴야 했다.
『도면을 보니까 곧바로 수직통로가 나오던데요?』 심재학 대장이 김지호 실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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