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LG그룹 사장단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단행된 것이 특징이다. 높은 성과를 낸 최고경영자에게는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부여한 반면 리더십과 업적이 부진한 경우 그 책임을 물어 경영 일선에서 과감히 퇴진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책임경영체제 구축의 전형적인 모델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업적위주의 인사 원칙은 정장호 LG텔레콤 대표이사 겸 정보통신 CU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그룹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의 총책을 맡게 된 것과 손기락 LG정밀 대표이사가 그룹의 경영전략을 종합조정하는 전략사업개발단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LG그룹이 삼성, 현대그룹을 따돌리고 PCS 사업권을 따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공을 인정받았고 손기락 부회장도 지난 4년 동안 LG정밀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전략적 연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50대 초반의 유능한 인재가 최고경영자로 대거 발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LG반도체 대표이사로 발탁된 구본준 사장은 51년생으로 올해 46세에 불과하다. 또 이헌출 LG카드 대표이사, 서경석 LG종금 대표이사 등도 모두 50대 초반으로 대기업의 최고경영인으로는 젊다. 구본무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선임된 CU장 및 사장들에게 『앞으로 성과주의 인사를 강화하고 젊고 도전적인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내년도 임원인사를 철저히 해줄 것』이라고 강조해 이같은 방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LG그룹이 그동안 연공서열을 중시했던 점에 비추어 이번 인사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최고경영자들을 중심으로 내달 중 이루어질 LG그룹 임원인사에서도 이같은 성과주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인사 폭과 내용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재계는 또 이같은 성과주의 인사가 앞으로 있을 삼성, 현대그룹 등의 임원인사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회장실 관계자는 『이번에 사장단 인사를 조기에 실시한 것은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향후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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