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성인물.
혜경에게 그 영상물은 충격이었다.
처음 화면이 열렸을 때를 혜경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벌이는 섹스 비디오였다.
혼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홍당무처럼 붉어졌던 얼굴,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아랫도리 한 곳으로 모든 액(液)이 몰려드는 듯했던 당시의 느낌을 혜경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혜경은 자신의 앞가슴을 좀더 깊이 애무했다. 환철이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강약을 주며 애무했다. 자신의 육체가 점점 뜨거워짐을 느끼며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독수리 그림을 바라보았다. 언제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눈빛. 아, 혜경은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뿌아 뿌아아아 뿌아- 디주리두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이젠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다짐했던 마지막이라는 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혜경의 육체 한 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마지막. 어쩌면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다. 짧은 순간, 승민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손 한 번 제대로 잡지 않은 승민이었다. 입술 한 번 포개지 않은 승민이었다.
화면에서는 수컷이 갈기를 고추세우고 암컷의 등뒤로 올라타기 위해 앞발을 껑충껑충 들어올리고 있었다. 암컷도 수컷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혜경은 마우스 커서를 컴퓨터 화면의 한곳으로 움직이고 난 후 클릭했다. 히히힝, 말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디주리두 소리와 말 울음소리가 겹쳐 실내를 울리기 시작했다. 혜경은 자신의 젖가슴으로 다시 손을 갖다 댔다. 아, 자신도 모르게 짧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혜경은 눈을 감았다. 손을 넓게 펴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양쪽 젖가슴 꼭지를 지그시 압박하며 눈을 감았다.
소리.
보이지 않아도 소리만 들어도 혜경은 화면의 장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여러 차례 보았다. 이 비디오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그만큼 여러 차례 보았다.
그때마다 혜경의 몸은 달아올랐고, 그때마다 환철은 혜경을 찾아주었다.
띵동- 차인벨이 울렸다.
환철일 것이다.
혜경은 마우스 커서를 정지에 놓고 클릭했다. 화면이 닫히고, 말의 울음소리도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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