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방송이 중국인들의 안방을 파고 들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국영 방송매체인 CCTV와 북경TV(BTV)등 지상파 방송들은 최근들어 프로그램의 연성화 전략을 통해 그동안 전혀 거론하지 않던 중국인들의 가정 얘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방송 매체는 중국 공산당의 선전, 선동 도구」라는 등식이 성립되었기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나 가정 문제는 관심사항이 되지않았다. 이 때문에 TV는 중국인들의 가정에 관한 얘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고 중국인들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같은 관행을 깨고 최근들어 중국의 지상파 방송들이 개인과 가정에 관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해 방송하기 시작했다. 붉은 기와 요란한 구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던 종전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이같은 프로그램의 연성화 전략을 불러 일으켰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CCTV의 대담 프로 「實話實說(진실을 말한다)」다. 지난달 19일 일요일 저녁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과연 아이를 가져야만 하는가」였다. 대담자로 출연한 방송사의 여기자는 『결혼한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며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가 없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부녀연합회에서 나온 한 출연자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부모들의 이기심에 불과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장 녹화에 참여한 방청객들은 물론 중국의 보통 가정을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진영과 「아이를 꼭 가질 필요는 없다」는 진영으로 양분했다.
「實話實說」는 이처럼 중국인들의 가정 문제나 개인 문제를 깊숙히 다루고 있다. 「실업이나 파산을 당했을때 또는 이혼의 위기를 맞았을때 당신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시어머니와 며느리,부부간,회사 동료간,직장 상사간에 발생하는 독특한 경험과 체험을 듣습니다」등이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토론 주제중 하나다.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를 선정해 대담 프로를 진행하는 것이다.
「東方時空」 역시 일반 중국인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중 하나다.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은 「동방시공」의 제작진에게 전화와 엽서,편지사연등을 보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중국 방송프로그램의 연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CCTV 뿐만 아니라 북경TV도 최근들어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하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방송 매체의 수용자에 불과했던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참여하고있으며 자신들의 권리와 주장을 당당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영화 및 TV학회와 중앙TV방송국은 지난 9월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수상식을 가졌는데 30부작 대형 다큐멘터리인 「중국가정」에 대상이 돌아갔다. 이 프로그램은 개혁 개방으로 핵분열화하고 있는 중국 가정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다루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방송 평론가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중국의 TV방송들이 이같은 프로그램 연성화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방송 매체가 단지 공산주의 사상을 중국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선전 선동매체라는 종전의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최근 일고 있는 사회 풍조도 방송매체의 연성화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다.
중국은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거 가족 중심사회였던 중국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으며 국유기업등의 개혁 과정에서 실업자의 양산이 늘고 있다. 이와함께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방송매체의 연성화 전략은 사회에 멀리 퍼져있는 이같은 풍조를 타파하기위해 마련된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15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전국 방송관계자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정신문명 건설」을 위해 방송계가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중국 방송계의 노력이 과연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동안 수용자에 불과했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방송의 주체로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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