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산업에 특허비상이 걸렸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이어 시분할다중접속(TDMA)방식의 단말기에도 로열티를 부과하려는 외국업체들의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모토롤러와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2개 회사가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기들이 보유하고 있는 베이직SW 기술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범유럽 디지털 이동전화(GSM) 단말기에대해 총매출액의 2∼3%를 로열티로 지급해 주도록 통보해 왔다고 한다.
미국 퀄컴사에 금년 말까지 CDMA 로열티로만 1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할 입장인 국내업체들이 또다시 TDMA분야까지 선진기술 보유업체들의 특허공세에 시달린다면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은 국내시장 만을 목표로 성장 발전해온 것이 아니다. 국내를 기반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기본전략인데 과중한 로열티를 부담할 경우 결국 수출경쟁력을 상실케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번 TDMA분야에서 로열티를 내라고 요구해온 외국업체들의 속셈은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최근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맥슨전자 등 중견 통신업체들이 해외업체들과 잇달아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자 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들은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를 우선 굴복시키고 그 다음 중소GSM 단말기 생산업체들을 상대로 로열티 협상을 벌이는 순서를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 업체들의 TDMA 기술 침해가 인정되고 로열티를 이들 두 외국업체에 지불한다고 해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TDMA 단말기분야의 특허소유회사들은 이들 두 회사 말고도 지멘스, 에릭슨, 노키아 등 1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특허 공세에 만에 하나 우리업체가 완패한다면 나머지 회사들도 잇달아 특허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할게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PC산업이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힘들여 개발해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해외시장을 막 공략하려하자 외국의 특허기술보유업체들이 대거 몰려들어 우리 PC업체들을 상대로 막대한 로열티를 받아챙겼다. 이로 인해 당시 PC 원가에서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고 그 여파로 수출경쟁력을 상실해 현재는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TDMA 특허문제에 임하는 관계자들이 PC산업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첫 단추를 잘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업체들이 삼성전자에게만 로열티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삼성전자 만 굴복시키면 다른 업체들을 공략하기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입장에서 특허협상에 적극 대처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만 지켜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정부나 산하연구기관들 그리고 관련업체들 모두 이번 특허내용에 대한 정확한 검토 및 실사작업을 실시하고 나아가 관련업체들 간 실질적인 상호협력을 이루어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초기에 적극적이면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안이한 생각은 바로 TDMA 뿐 아니라 이동통신 단말기산업의 파멸을 초래한다.
현재 국내 산업계가 개발한 GSM 단말기들은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특허협상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PC산업의 전철을 되풀이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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